페이스북에 '가정부 판매' 글 올린 남성 체포…레바논 현대판 노예제도 이목 집중

김성한 기자
기사승인 : 2020-05-12 17:13

▲레바논에서 한 남성이 페이스북에 나이지리아인 가정부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체포됐다(출처=셔터스톡)

카타르 방송국 알 자지라가 레바논에서 한 남성이 페이스북에 나이지리아인 가정부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으로 레바논의 현대판 노예제도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레바논 안보국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며 온라인으로 사람을 판매한다고 광고한 남성은 인신매매법 위반 혐의를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리-클로드 나젬 법무부 장관은 사법부에 이 사안에 대한 후속 조치를 명령했다. 나젬 장관은 또한 국가의 반인신매매법을 인용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위반했음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레바논 노동부 또한 "가정부 등 가정 내에서 일하는 사람을 판매한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재하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나이지리아 관계자는 레바논 당국에 이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 많은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 분노를 표출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레바논 남자가 어디에 수감돼 있는지 알고 싶다. 그 남자와 가족을 모두 돈 주고 사고 싶다"고 분노했다.

남성은 가정부로 일하던 나이지리아인 여성을 약 1,000달러(약 122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30세이며 매우 깔끔하고 활동적이다"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21세기 현대판 노예제도

레바논에는 약 25만 명의 이주 노동자가 거주하고 있으며, 노동자 대부분은 가나와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와 필리핀과 네팔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이들은 카팔라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제도에 의해 고용주에게 종속돼 있다.

카팔라 시스템이란 일종의 스폰서십 시스템이라고도 불린다. 이 시스템은 레바논 국내 및 건설 부문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된다. 이 시스템에 따르면, 노동자는 고용주의 동의를 얻어야만 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즉,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퇴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은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레바논 노동부는 고용주와 근로자 간의 계약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주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카팔라 시스템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의 레바논 운동가 디알라 하이다르는 "레바논이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개정된 노동 계약을 채택하도록 한 것은 진일보적이다. 하지만 이는 충분하지 않다. 가정부 등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것과 같은 노동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동 보호에는 부당 해고 금지, 초과 근무 수당 지급, 사회 보장, 최저 임금 보장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하이다르는 레바논 노동법이 앞으로 대폭 수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2017년 레바논에서는 매주 가정부가 2명 이상 사망했다. 담벼락 등 높은 곳을 올라가 고용주의 집에서 탈출하려다가 사망하기도 했다.

가나 출신의 23세 가정부 파우스티나 타이도 얼마 전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의 시신은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에 있는 한 주차장이자 고용주가 살고 있는 4층짜리 주택의 1층에서 발견됐다. 타이는 쉬는 시간 없이 일했고, 자신의 방을 가질 수 없어 부엌에 있는 소파에서 잠을 자야 했다. 늘 초과 근무를 했고 새벽 2시가 돼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으며 아침에는 8시에 일어나야 했다.

타이는 사망하기 전에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고 구타하는 고용주의 음성을 녹음한 파일을 친한 동료에게 보내며 "무섭다"는 말을 남겼다.

국제반노예단체는 “매우 끔찍한 상황이지만 개인 주택에서 일하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여성 노동자에게는 너무나 일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타이는 캐나다의 소규모 자원 봉사 기반 단체인 디스이즈레바논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사망하게 됐다. 디스이즈레바논은 레바논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되는 단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레바논에서 일하는 17만 명 이상의 이주 가정부 중 대부분은 아프리카 혹은 아시아 국적을 갖고 있다.

인구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 가정부는 평균 연령이 29세로 비교적 젊고 평균 5년 동안 레바논에서 살았다. 이 중 80%는 레바논에 도착한 다음부터 한 명의 고용주를 위해 일했다. 40%는 자국에 남겨두고 온 자식이 있었다. 약 60%는 레바논에 오기 전 실직 상태였고, 30%는 비숙련 노동자였다.

이주 가정부의 46%는 에티오피아에서, 23%는 방글라데시에서, 16%는 필리핀에서, 8%는 스리랑카에서, 3%는 네팔에서, 4%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왔다.

이주 가정부의 4분의 3 정도가 자국 내 에이전시를 통해 레바논으로 왔고 그중 60%만 자신이 서명한 계약서의 내용을 모두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50% 정도는 계약서의 내용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평균 임금은 180달러(약 22만 원) 정도였다.

근무 조건을 보면 이주 가정부들은 매일 평균 10.5시간을 일했고 50%만 원할 때 휴가를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김성한 기자 nay1023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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