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금지 법안이 6월 15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출처=셔터스톡)

최근 알래스카 주지사는 코로나19 대처에 필요한 의료 물자를 절약하기 위해 낙태와 기타 비필수 의료 시술을 금지했다.

마이크 던리비 주지사는 임신 유지로 인해 산모의 신체 건강 혹은 생명이 위독한 경우를 제외하고 수술 낙태를 비응급으로 규정했다. 낙태를 포함한 일부 시술 연기의 목표는 알래스카주 환자와 병원 의료진을 위한 개인보호장비(PPE)를 절약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낙태 금지는 6월 15일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법원은 1973년 결정에 의거해 낙태를 헌법에 규정된 권리고 인정하고 그에 따른 결정을 재확인했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의 동의 요건이나 미성년자 여성의 부모 통지, 낙태 금지를 종용하는 의무적인 상담, 낙태 전 대기 기간 설정 같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채택하는 미국 주가 늘어났다.

2017년 기준, 알래스카에서 총 1,260건의 낙태 시술이 실시됐다. 알래스카에서 시술된 모든 낙태가 알래스카 주민에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다른 주의 거주자들이 알래스카에서 시술한 경우도 있었고, 역으로 알래스카 주민들이 다른 주로 이동해 낙태술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2017년, 알래스카 카운티의 86%에서 낙태술을 실시하는 병원은 없었다. 이는 던리비 주지사 정책이 지역 여성들에게 가혹했기 때문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던리비 슐러 레이드 수석 코디네이터는 알래스카 여성들이 낙태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이동하는 거리가 뉴욕에서 시카고까지 이동하는 거리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슐러 레이드 수석 코디네이터는 낙태 금지 정책이 의료 시스템에 체계적인 장벽을 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래스카주에서 낙태를 원하는 사람들 중에는 성폭력 피해자들도 있다. 이 때문에 알래스카주는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주”라고 불리고 있다. 알래스카주에서 발생하는 아동 성폭행은 미국 평균보다 6배가량 높고 강간 사건도 두 배 많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산부인과대학을 포함해 낙태 찬성 의료 집단들도 낙태는 필수적이며 긴급한 의료이기 때문에 팬데믹 상황이라고 해서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태 반대를 지지하는 미국 의사 3만 명은 그에 반박하고 있다. 낙태 반대 의료 집단들은 팬데믹 기간에 낙태하는 것은 “의료적으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낙태술을 하기 위해서는 장갑과 마스크, 여러 PPE 같은 중요 자원이 필요하며 의사와 환자 모두 불필요한 병원균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낙태 반대 의료 집단은 약물 유도나 수술에 의한 선택적 낙태술을 할 경우 응급실로 가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통, 낙태 후 합병증이 나타나거나 화학적 낙태술을 받은 여성 중 5%는 출혈 때문에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주에서 낙태 금지를 선언하기 전, 아칸사스 주지사도 팬데믹 기간 중 의료적으로 불필요한 시술과 수술을 연기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낙태 시설과 외래수술센터도 포함됐다. 인디애나주 또한 코로나19에 대처할 수 있도록 의료 자원을 보존할 것을 명령했다.

코로나19, 낙태 금지 법안의 면죄부 될까?

미국 여러 주에서 천명한 낙태 금지는 현재 법원에서 합법성을 두고 심사를 진행 중에 있다. 예를 들어,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아칸사스주의 팬데믹 기간 중 낙태 금지 법안에 대해 긴급 소송을 제기했다. 낙태 시술 병원들도 코로나19 때문에 낙태 금지법을 제정한 루이지애나주 법무장관과 법무부를 고소했다.

플랜드 패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 같은 단체들도 연방 법원에 팬데믹 기간 중 낙태 금지 법안 폐지를 요청했다.

 

퓨리서치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낙태법에 대한 여론은 각기 다르게 나타났다. 대다수 주민이 낙태가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 주로는 미시간, 버지니아, 일리노이,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워싱턴, 뉴저지, 네바다, 알래스카, 오리건, 메인, 메릴랜드, 뉴욕, 로드아일랜드, 하와이, 뉴햄프셔, 커네티컷, 버몬트, 매사추세츠 등이 있다.

반면, 주민 대다수가 낙태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곳은 아칸사스, 미시시피, 앨라배마, 웨스트버지니아, 루이지애나, 테네시가 등이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인 61%는 낙태가 적법하다고 믿고 있다.

2004년 미국 여성 1,160명을 대상으로 낙태 사유를 조사한 결과, 38%는 임신이 교육이나 고용에 방해될 수 있다고 답했으며 73%는 당장 아기를 돌볼 경제적 여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42%는 현재 미혼 상태이며 48%는 미혼모가 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14%는 남편이나 애인이 낙태를 원하고 있으며 13%는 태아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는 달리 캐나다에서는 현재 낙태를 제외한 다른 모든 비필수 수술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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