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장애인 커뮤니티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극도로 고립돼 있다(출처=셔터스톡)

청각 장애인이 사회적 거리두기 및 격리 기간에 극도의 고립에 직면해 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대폭 줄어든다.

팬데믹 기간에는 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 질병통제 관리자 등이 매일 연단에 서서 새로운 내용을 브리핑한다. 물론 수어 통역을 제공하긴 하지만, 급박한 상황에는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속보 등을 전달할 때는 자막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을 때도 있다. 청각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아주 제한된 정보만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영국에서는 최근 모든 긴급 브리핑에 대한 수어 통역을 요구하는 의회 청원서가 제출됐다. 청원서에는 필요한 1만 명의 서명이 모두 들어가 있다. 영국 정부는 곧 이에 대해 답변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과 관련된 브리핑 중에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는 것은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 대우가 아니라 기본적인 평등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청각 장애인들은 정보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오락이나 업무 등에서도 문제를 겪는다. 이에 따라 청각 장애인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인식 캠페인도 시작됐다. 최근에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소통하는 인플루언서가 늘고 있는데, 모두 자막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TV나 영화에 출연하던 연예인들도 각자의 스트리밍 채널로 선보이며 온라인으로 무료 공연을 제공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청각 장애인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격리된다.

디지털 고립

청각 장애인 공동체는 사회적 대화나 행사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 디지털 세상에서 격리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청각 장애인인 기자 찰리 스윈번은 청각 장애인으로서,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시민으로서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청각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부터가 일종의 사회적 거리가 있는 삶이라고 말했다. 청각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쉽게 의사소통할 수 없으며 어떤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도 쉽게 대화할 수 없다.

방송인인 제레미 클락슨은 영국 총리가 브리핑을 하는 도중 그의 뒤편에 서서 수어 통역을 하고 있는 통역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며, 익살스러운 이모티콘과 함께 "보리스가 지금 뭐라고 하는지 아시는 분?"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의 팬들은 "집에 있으면서 코로나 맥주나 마시라는 말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는 극장이나 바, 술집 등에 가지 말고 집에 머무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이는 영향력이 큰 방송인들조차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이에 대해 스윈번은 “많은 청각 장애인들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더욱더 고립됐다고 느낄 수 있으며, 정부의 브리핑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베이스 회사인 스타티스타(Statista)가 2017년에 영국의 청각 장애인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비율을 조사했다. 잉글랜드에서는 66%가 영어 혹은 웨일즈어 수어, 8%는 브리티시 혹은 아일랜드어 수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75%가 영어 혹은 웨일즈어 수어, 6%가 브리티시 혹은 아일랜드어 수어를 사용했다. 19%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며, 영어 혹은 웨일즈어 수어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했다. 웨일즈 지역에서는 7%만이 브리티시 혹은 아일랜드어 수어를 사용했다. 북아일랜드에서는 82%가 영어나 웨일즈어로 말했다.

짐바브웨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가 청각 장애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청각 장애인들은 이미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로 인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직장을 잃어 앞으로의 생활이 불투명해졌다. 

세계 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약 4억 6,600만 명이 청각 장애인이다. 그중 3,400만 명이 어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는 많은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청각 장애인에게는 특히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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