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오행을 대표하는 철학적 음식

 

 

 

김밥@사진제공 체리샴푸의 맛있는 이야기

 

해외특파원 시절 사무실 인근 초등학생들이 소풍가는 모습에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니던 때 가 생각났다. 소풍, 운동회, 수학여행 등에 빠질 수 없었던 김밥생각이 간절해 발길을 시장으로 돌려 어렵게 준비한 재료로 현지인 동료들과 김밥을 만들어 먹었던 적이 종종 있었다. 김밥은 식사로는 간단하지만 준비과정은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내는 품과 같았기 때문에 현지인들도 훌륭한 요리라고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김밥전문점과 분식점은 4만4천여개로 치킨전문점 3만2600개 보다 많고 시장규모도 1조 6720억원으로 외식문화의 한축을 담당하게 됐다. 

초등학교 급식이 1993년부터 시작해 1998년에는 전국 초등학교로 확대해 집에서 김밥을 만드는 일이 줄어 대한민국 김밥시장은 가정식에서 전문식으로 성장했다고 보여진다.

김밥의 주재료인 김이 문헌에 등장하는 시기는 일연의 '삼국유사'로, 신라시대부터 김을 식용 활용했음을 알 수 있고 '본초강목'에도 신라인들이 허리에 새끼줄을 묶고 깊은 바다에서 김을 채취했다고 서술했다. '경상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 '조선의 수산' 등에도 전남의 광양·완도와 경남의 하동이 조선시대의 김 특산지로 꼽혔고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밥을 김에 싸서 휴대해 먹었다고 하니 당시 전투식량으로서의 가치도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밥과 반찬이 될 만한 음식을 김에 싸서 먹는 문화는 신라시대부터 존재하였음을 알 수 있고 김에 관련된 음식문화가 발달해 근대에 들어와 김밥이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은 김을 식용으로 이용한 시점이 문헌상 18세기 초중반 이후다. 이를 근거로 김밥은 시대적 정황상 우리나라가 훨씬 앞설 수밖에 없었다는 추론이 자연스럽다. 우리김밥과 일본 김초밥은 여러 가지 식재료를 김으로 감싼다는 형식은 유사하지만, 김밥은 실용성을 강조했고 일본의 김초밥은 장식성 위주로 김밥의 하드웨어적인 모습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있지만 김밥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 차이도 크다.

김밥은 대표적인 음양오행 음식으로 모든 사람 체질에 맞으며, 김밥을 자른 단면은 태극과 유사한 음양이 감겨있고, 김과 밥은 모든 식재료를 감싸고 있는 음양(陰陽)을 상징하고 검은색(水)은 볶은 우엉이나 검정깨, 적색(火)은 당근, 노란색(土)은 계란 노른자(또는 치자물들인 무), 흰색(金)은 계란흰자, 녹색(木)은 시금치나 나물류로 오행이 완벽하게 섞여있다. 우리나라 음양오행 체질식단과 유사한 서양 컬러푸드 역시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암을 예방하는 레드(Red), 간을 소생시키는 그린(Green), 노화방지에 효과적인 옐로(Yellow), 젊음을 찾아주는 블랙(Black), 콜레스테롤을 줄여주는 화이트(White) 등 다섯 가지 컬러를 고루 섭취하면 건강에 최고라 하니 동양의 철학과 서양과학은 일맥상통 한다.

오행(목화토금수)을 사람마음에 대입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라 한다. 목(木녹색)은 인(仁)으로 인자한 마음, 금(金백색)은 의(義)로 의로운 마음, 화(火붉은색)는 예(禮)로 예의를 지키는 마음, 수(水검은색)는 지(智)로 지혜를 가진 마음, 토(土노랑색)는 신(信)으로 신의를 가진 마음. 인간에게 이러한 다섯 가지 덕목이 있어야 하고 인간이 갖추어야 할 오(五)덕이라 한다. 이 다섯까지만 잘 지켜도 몸(身)과 입(口), 마음(義)이 저지르는 십악업(十惡業) 빠지지 않는다. 슬기롭고 너그럽고 착해 덕행을 쌓고, 정의를 위한 의기를 가지며, 존경의 뜻을 서로 표해 상대에게 말투나 마음가짐을 따뜻하게 하고, 이치를 빨리 깨닫는 정신적 능력인 지혜를 쌓아 믿음과 의리를 지켜 사무량심(四無量心)에 닿을 수 있다.  

한 끼 때운다는 의미로 많이 먹고 있는 김밥에 담긴 깊은 철학을 생각하며 일이 안 풀리거나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봄볕 좋은 곳에서 김밥으로 개운법(開運法)을 찾아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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