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확산으로 미국 가스 가격 하락

김성한 기자
기사승인 : 2020-03-24 11:26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 사이의 합의 실패로 국제 유가가 요동쳤다(출처=123RF)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함에 따라 미국의 가스 가격은 갤런 당 1.55달러(약 1,957원)로 급락했다. 갤런당 무연 가스 가격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그 이전에 가장 낮았던 가격은 갤런당 2.2달러(약 2,778원)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19를 팬데믹으로 선언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른 국가 사람들의 입국을 막는 등 조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는 원유 가격을 유지하려는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지난 3월 6일에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의 감산 합의가 결렬됨에 따라 국제 유가가 30%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세계 시장에 대한 원유 생산 및 공급 중단을 촉구했지만, 비OPEC 리더인 러시아는 이 합의에 이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는 원유 가격이 떨어진다면 이미 하락세인 미국의 셰일 오일 제조업체를 완전히 시장에서 제외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셰일 오일 회사들은 더 높은 가격에 의존하는 기업들이다. 클리퍼데이터(ClipperData)의 상품 조사 담당자인 맷 스미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셰일 산업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에 대한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2014년 OPEC은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 업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셰일 오일 생산이 점점 커지면서 원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부 셰일 오일 생산 업체는 당시 파산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탄력적으로 위리를 넘겼다. 2년 후 OPEC은 가격 전쟁에서 졌고, 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감축한다는 기존 전략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단점이 있었다. 원유 가격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이 점점 더 커지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러시아는 OPEC과의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도박에 나섰다.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원유를 팔 수 있을 것이다. 그러던 찰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수요가 감소했고, 러시아는 더 많은 '남아도는' 석유를 처리해야 했다. 이에 따라 원유 및 가스 등의 가격은 떨어졌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항공기, 자동차 등의 이동량이 줄어들었다. 이는 석유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상황이 상당히 불확실하다며 코로나 19로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이 발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유가 전쟁은 사우디 아라비아로서도 도박이다. 이들은 미국의 고가 셰일 오일 생산 업체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 생산국인 러시아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 위해 다른 국가보다 저렴하게 석유를 생산할 수 있다.

이후 유가는 34%가량 하락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소 반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원유 가격은 25% 하락한 31.19달러(약 3만 9,300원)를 기록하고 있는데, 올해 초 6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연료 절약 앱인 가스버디(GasBuddy)의 석유 분석 책임자인 패트릭 드한에 따르면 석유 및 가스 산업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다. 그는 글로벌 석유 잉여분이 줄어들지 않고 코로나 19 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평균 가스 가격이 갤런 당 2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결국 그의 예측이 사실이 됐다. 전문가들은 곧 또 다른 유가 전쟁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휘발유, 디젤 및 천연 가스에 대한 가격 소식 등을 알려주는 유가정보서비스(Oil Price Information Service)는 2016년 2월에도 유가가 이처럼 급락한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국의 가스 가격은 갤런당 평균 1.73달러였다. 미국의 가솔린 가격은 1990년에 갤런당 평균 1.3달러였다. 2000년에는 1.48달러였다. 이후 2002년에는 1,36달러, 2003년에는 1.56달러, 2004년 1.85달러, 2005년 2.27달러, 2007년 2.8달러, 2008년 3.25달러로 상승하다가 2009년 2.35달러로 하락했다. 2011년 3.52달러, 2012년 3.62달러이던 가격은 2015년에 다시 2.43달러로 하락했다. 2019년에는 2.6달러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알제리는 하루에 96만 배럴을, 바레인은 20만 배럴, 이란은 211만 배럴, 이라크는 476만 배럴, 쿠웨이트 279만 배럴, 리비아 77만 배럴, 오만 103만 배럴, 카타르 63만 배럴, 사우디 아라비아 985만 배럴, 아랍 에미리트 317만 배럴, 예멘 9만 배럴 등을 생산할 것이라고 한다.

유가 전쟁이 이미 미국의 석유 산업에 영향을 미쳤고 코로나 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많은 기업이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김성한 기자 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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