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1980년대부터 인도에 자수 제품 등을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출처=123RF)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수십 명의 인도 자수 장인들이 흙과 먼지로 뒤덮인 환경에서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패션 라벨을 위한 의상에 수를 놓고 있다.

자수 장인들은 창문이 막히고 비상구가 없으며 좁고 지저분한 공장에서 일하며 하루에 겨우 몇 달러를 번다. 이렇게 인도의 자수 장인들에게 제품을 아웃소싱하는 곳은 디올(Dior)이나 생로랑(Saint Laurent)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밀라노와 파리 등에서 유명한 패션 브랜드들은 제3세계에 사는 수천 명의 근로자들을 간접 고용하고 있다. 패스트패션 소매점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고급 브랜드 또한 자체 생산 시설을 소유하지 않고 의류 및 자수 제작을 아웃소싱한다. 

명품 브랜드 컨소시엄은 지난 2016년에 인도 뭄바이에 공장을 설립하고 이 공장의 안전과 자수 장인들의 삶을 보장 및 개선하기 위한 규정을 담은 우탄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을 체결한 기업은 케링(Kering, 구찌와 생로랑 라벨 소유주), LVMH(루이비통, 펜디와 크리스찬 디올 소유주), 영국의 패션 브랜드인 버버리(Burberry)와 멀버리(Mulberry) 등이다.

이 협정은 일반적으로 자체 공장을 보유한 인도 수출 회사를 위한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마감일이 촉박하고 공장이 업무량을 처리할 수 없는 경우 수출 회사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가 직접 방문한 결과, 이런 작업물을 위탁받는 소규모 기업에서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현금으로 지불되는 경우가 잦았으며 안전 규정이 준수되지 않았다.

우탄 협정에 따르면 3년 안에 서명국 및 계약을 맺은 모든 인도 하청 업체가 장인들에게 건강 및 연금 혜택 등을 제공하는 데 진전을 보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모든 공장에는 소화기가 설치돼야 하며, 노동자들이 잠을 잘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나 표지판이 달린 두 개 이상의 출입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가 뭄바이의 여러 공장을 방문하고 공장 관리자 및 디자이너 등과 30여 차례의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수많은 업자들이 여전히 인도의 공장 안전법을 준수하지 않은 시설에서 주문을 받고 물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공장 소유주들은 규정 준수 표준을 맞추기 위해 투자해야 할 돈이 너무 많으며 고급 브랜드들이 동시에 주문에 대한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의 마이클 포스너 교수는 "고급 브랜드들은 제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고객들이 이렇게 비싼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기업 윤리를 잘 지킬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공급망 전반에 걸친 공장의 상황이 패스트패션 소매점을 위한 공장만큼이나 좋지 않다는 것이다.

우탄 협정에 서명한 케링의 대변인은 "하청 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이 어떤지는 알고 있다. 아직 모든 규정을 충족시키기까지 멀었다. 다수의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LVMH의 대변인은 "뉴욕 타임스 측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더 자세한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인도브랜드주식재단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는 1980년대 이래로 대부분 자수 작업을 인도에 아웃소싱했으며, 인도는 세계 최대 의류 수출 국가 중 하나다. 이 국가의 섬유 시장 가치는 1,500~2,500억 달러(약 189조 3,000억~315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인도의 자수 장인들은 현지어로 카리가르라고 불린다. 카리가르란 장인을 뜻하는 우르두어다. 카리가르들은 이미 1500년대 중반부터 2세기 가량 이어진 무굴 왕조 때부터 존재했다. 대부분 인도의 지방 출신인 무슬림 남성들이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뭄바이로 이주해 빈약한 임금을 받으며 하루 최대 17시간 동안 일한다.

서구 디자이너들은 인도의 장인들이 만든 자수 제품을 선호한다. 호랑이나 나비 등을 형상화한 화려한 자수가 놓인 가방이나 의류 등은 여러 할리우드 스타가 레드카펫에서 선보인 바 있다.

 

온라인 통계 포털인 스타티스타(Statist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섬유 및 의류 산업의 가치는 2017년에 1,50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1년에는 2,23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탄 협정이 도입된 지 3년이 넘게 지났지만, 카리가르 중에 건강상의 혜택이나 연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은 겨우 몇 명뿐이다. 대부분 인도법이 허용하는 시간보다 오래 일한다. 뉴욕 타임스가 방문한 모든 공장이 최소 몇 가지의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하청 업체 관리자는 “우탄 협정의 조건을 충족하는 공장으로 이전하는 데 3만 달러(약 3,789만 원)를 썼으며 이런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더 많은 주문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새 공장의 유지보수 비용이 비싸서 수수료를 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자 주문량이 줄어들었다.

이 매니저는 "주변 장인들이 디올의 샘플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주문을 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급 브랜드들이 더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비상구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잠을 자야 하는 숙소에서 생활한다. 결국 견디지 못한 그는 가격을 인하했고, 다시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저작권자 © 내외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