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기업 부채’ 불발탄의 방아쇠 될까?
김성한 기자
기사승인 : 2020-03-23 11:06

세계 중앙은행들은 이자율을 제로로 줄여 기업들의 대출과 투자를 돕고 있다(출처=123RF)

코로나 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미국부터 유럽, 일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중앙은행에서 기업 부채에 대처할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수년간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이 부채에 중독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은 낮은 이자율에 거리낌 없이 대출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부채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부터 이탈리아까지 분포돼 있는 공장들이 폐쇄되면서 주식 시장이 폭락했다.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심이 촉발됐으며 대기업들의 부채가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부채를 끌어안고 있는 기업들은 비용을 삭감하고 직원을 해고하며 투자를 줄일 것을 종용 받고 있다.

세계금융연구소의 엠리 티프틱 이사는 “전 세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발탄 위에 올라앉아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OECD에 따르면, 2019년 말 금융기관 외에 전 세계 기업의 총 채무잔고는 13조5,000억달러(17,243조 5,500억 원)에 달했다. 수많은 기업이 위험한 채권을 매각하면서 이 수치는 더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회피하면서 기업 부채에 대한 공포가 세계 시장을 사로잡고 있는 공황 상태를 강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가가 하락했다는 보고가 발표된 이후 시장이 급락하자 이 같은 상황은 더욱 확실해졌다. 유가가 하락했다는 것은 수익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석유 기업들은 직원을 해고하거나 불필요한 현금 지출을 줄이기 위해 투자를 중단할 수 있다.

기업 부채에 대한 우려는 연방준비위원회가 이자율을 삭감하는 이유가 됐으며, 유럽중앙은행도 곧 같은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낮은 이율 때문에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기업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세계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불안감이 일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이자율을 제로로 줄여 기업들의 대출과 투자를 돕고 있다. 이 같은 행보로 위기를 종식시킬 수 있지만 자꾸 늘어가는 부채에 대한 위험 의식도 같이 없앴기 때문에 시장 원칙도 사라졌다.

기업들은 2008년 이후 매년 새로운 채권을 약 1조8,000억달러(2,297조 3,400억 원) 규모로 발생하고 있으며 7년 전보다 두 배가 증가한 규모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2018년 이후 채권 매매가 줄어들었지만 다음 해 이율이 다시 낮아지면서 원래대로 돌아갔다. 

2019년 국제통화기금은 미국과 일본, 중국을 포함한 8개국과 유럽 7개국의 상황을 조사했다. 그리고 세계 금융 위기가 총 기업 부채의 40%를 위험에 빠뜨린 것만큼 충격이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기업들이 수익으로만 상환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모든 사람이 IMF의 비관론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피터슨세계경제연구소의 니콜라스 베론 박사는 지난 12년을 돌이켜보면 더욱 많은 부채가 더욱 많은 위험을 초래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많은 부채는 성장을 가속하며 약간의 가변성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금융 위기와는 달리, 금융기관이 악성 대출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금융 시스템은 불안하지 않다. 

IMF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비금융기업 부채, 대출 및 부채증권의 값(GDP 비율)은 ▲1980년 51.61 ▲1985년 59.28 ▲1990년 63.32 ▲1995년 55.89 ▲2000년 65.06 ▲2005년 62.69 ▲2010년 66.85 ▲2015년 74.45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시아에서 유럽, 북미로 확산됐을 때, 위험 채권을 매각한 기업의 수익은 위험에 처했다. 이 금융 기관들은 신용등급 기관의 투자 등급으로 간주한 기관과 안정성이 떨어지는 정크 상태인 기관,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새로 발행한 기업 채권의 20%는 정크본드로 간주되고 있다. 2019년 그 비율은 25%로 증가했다.

심지어 투자 등급 채권이 있는 시장도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2019년 뛰어난 투자 등급 채권의 51%가 2008년 금융 불황 이후 최저 수준인 BBB 등급을 받았다. 금융 위기 전에는 BBB 등급은 39%에 불과했다.

 

 

기업의 최저선이 위협받는다면, 신용 등급은 하락할 수 있다. 모든 투자 등급 채권의 절반 이상이 현재 최하 단계로 분류되고 있다. 안전한 자산을 원하는 자금 관리인들은 이 채권을 없애려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신용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으며 파산 위협을 받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전의 상황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공장들이 폐쇄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격리 상태에 돌입했고 미국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수천 개의 기업들이 위협받고 있다.

식료품 기업 크래프트 하인즈는 부채를 정크 상태로 낮췄다. 리테일 대기업 메이시와 자동차 제조회사 포드 및 르노도 하락하고 있다. 유럽 기업 채권의 25%는 이동 제한과 집회 금지 등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 결정에 영향을 받은 기업들이 발행한 것이라고 신용평가회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분석했다.

김성한 기자 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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