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VA의 역사는 이탈리아의 경제 문제를 반영한다(사진=픽사베이)

이탈리아에 소재한 ILVA 제철소가 정부와 공장의 운영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과의 전투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 공장 옆에 소재한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주세페 무시악치오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경제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손가락으로 가게 선반에 그을려진 회색 먼지와 그을음을 청소하고 있지만, 벽에는 암으로 사망한 어머니와 다른 친척들의 사진이 나란히 놓여있다. 

상점 밖에서는 짙은 연기가 비구름처럼 하늘에 떠다니면서 용광로 위와 위험한 원료 비축물 위에 거대한 연기를 만들어낸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마을 하늘에는 이같은 유독성 먼지가 날릴 위험이 있어 학교 수업이 중단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 등 다수 매체는 신문은 제철소의 폐쇄는 이탈리아 정부와 경제 안정성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야기된 철강 공장을 위한 투쟁은 산업의 쇠퇴와 비체계적인 규제, 불안정한 정치 등 이탈리아를 괴롭히는 일종의 상징이 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탈리아라는 국가가 잘못 운영되고 있거나 빈곤한 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몇 가지 언급하자면 국가 사업자인 알이탈리아 항공과 미완성된 인프라 프로젝트, 파산한 금융 기관 몇 곳 등 일부 문제거리가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ILVA 제철소는 이탈리아 전체 경제 생산량의 약 1.4%를 차지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무려 15km 규모에 달하는 제철소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이탈리아 남부에서 가장 큰 공장이다.

게다가 공장의 폐쇄는 높은 실업률, 특히 젊은이들이 일할 곳이 별로 없는 지역에서 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손실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인들 역시 ILVA가 폐쇄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리아를 피할뿐만 아니라, 오염물질이 땅과 주변 바다로 유입되면서 유독성 유령도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ILVA의 역사는 이탈리아의 경제 문제도 반영한다. 이탈리아는 19세기 들어 공화국이 된 이래로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탈리아에 소재한 ILVA 제철소가 정부와 아르셀로미탈과의 전투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하지만 그 속에서도 ILVA의 공헌은 컸다. 1960년대 국영기업으로 설립된 ILVA는 초기 농촌 출신 근로자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한 이후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더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ILVA와 연계된 일자리를 갖도록 만든 일등공신이 됐다. 공장이 소재한 타란토 시장은 이 곳을 '남부의 밀라노'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 1995년 ILVA 공장은 리바 가에 매각, 동시에 환경 및 건강 문제가 환경 단체 및 이탈리아 검찰에 포착됐다. 인근 지역에 불어닥친 유독성 광물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는 바람이 부는 날에는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는 조치로 이어졌다.

유독성 물질에 대한 조치는 휴교령으로 그치지 않았다. 위반 사항이 되면서 수 십억 유로 상당의 자산이 압류됐으며, 2014년에는 정부가 공장을 인수하게 된 것이다.

새 정부 사업자는 그러나 원전 정리에 나서는 과장에서 고발 및 기소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법적 방패막이 조치를 마련했다. 아르셀로미탈이 새로운 구매자가 된 것이다.

마침내 2018년 11월 정부와 기업은 분기별로 4500만 유로에 공장을 임대하기로 합의했다. 18억 유로에 공장을 전면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아르셀로미탈은 공장의 현대화 및 환경 정화에 24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또 향후 5년간 1만 700여개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해고된 근로자들에게도 급여를 지급, 거액의 벌금도 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업체는 이같은 계약은 환경 문제에 대한 기소 면제를 연장하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면책특권이 계약의 합의를 이끈 법적 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아르셀로미탈의 대변인은 이 부분이 회사가 입찰에 참여하기 전 그리고 협정에 서명하기 전부터 요구됐던 전제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ILVA 제철소의 운명은 이후 역전 상황을 맞았다. 철강 시장이 쇠퇴한 것으로, 강풍으로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인부 1명이 숨진 이후 원자재 하역용으로 쓰이던 부두가 현지 당국에 압류된 사건은 큰 타격을 일으켰다.

공장의 2019년 철강 생산량은 450만 톤에 불과한 상태로, 이는 수익 창출에 필요한 양보다 훨씬 더 적다.

그리고 지난 4월, 오랫동안 공장을 비판해 왔던 포퓰리즘적 오성운동을 주도하던 이탈리아 정부는 면책협정 종료 계획을 발표했다. 아르셀로미탈은 이 방침이 계약 위반에 해당된다고 반발, 회사가 공장을 포기하도록 강요하게 만들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난제는 이탈리아 정부가 붕괴되고 어성 및 중도좌파의 민주당간 결성된 새로운 연합이 면책특권을 복구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잠시 끝날 조짐을 보였었다.

그러나 의회의 강경파 오성운동파는 이에 대한 비준을 거부, 이후 11월 3일 면책특권이 만료되면서 아르셀로미탈은 바로 다음날 공장에서 철회한다는 통지를 보냈다.

 

온라인 플랫폼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9월 기준으로 0.1% 성장했다. 10월 실업률은 9.7%를 기록한 반면 물가상승률은 0.2%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10월 무역수지는 8억 5700만 유로, 경상수지는 8억 6000만 유로였다. 법인세율과 개인소득세율은 각각 24%, 43%였다.

이탈리아 정부는 아르셀로미탈을 강제로 체류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 새로운 협상을 시도했지만 이전보다 지렛대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양측은 지난해 12월 말 국가로부터의 투자 확대와 고용 및 생산 수준 재평가 등 추가 협상이 필요한 조건에 합의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크리스마스 이브날 ILVA 제철소를 방문하면서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했음에도 불구, 제철소의 운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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