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기록적인 더위, 와인 산업에 치명적

이성재 기자
기사승인 : 2019-12-26 14:25

호주의 평균 기온이 40.9도에 육박하는 등 기록적인 여름철을 겪고있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호주의 평균 기온이 40.9도에 육박하는 등 기록적인 열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와인 산업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헌터 밸리의 포도밭은 인근 산불과 내리쬐는 태양으로 큰 손실을 입고 있다. 

현지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여름철인 호주는 기록적인 더위를 경험하는 중이다. 지난 화요일의 경우 6년전인 2013년 1월 7일 기록이었던 40.3도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악의 열파에 시달리고 있는 것. 

게다가 기록적인 더위는 산불 위기와 심한 가뭄을 겪고있는 시기와 맞물려 더욱 큰 고통을 가중시킨다.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이 40.9도를 넘어 더 높은 기온까지 도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열파를 발생시키는 요인

호주의 이같은 이상 고온이 지속되는 원인은 인도양 동서안 해수면의 차이로 발생하는 인도양 다이폴(IOD) 때문이다. IOD는 인도양 서쪽 해수면은 더 따뜻하고 동쪽 해수면은 더 차갑게 유지되는 현상이다.

이는 인도양 서쪽인 동아프리카에는 많은 비를 뿌리고 동쪽인 호주에는 가뭄과 고온 현상을 일으킨다. 더운 공기 역시 대륙을 휩쓸고 지나간다. 기상청은 건조해진 토양에서는 증발도 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열파가 포도밭에 미치는 영향

호주와인연구소에 따르면, 이같이 뜨거운 열파는 상당한 양의 포도송이와 잎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빅토리아와 남호주의 포도밭은 심각한 열파로 인해 대규모의 농작물 손실이 발생했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농장은 관개용으로 남겨진 물조차도 제한적이거나 남아있지 않은 곳들이다. 물은 더운 계절이 시작되기 2~3개월 전부터 열파가 내리쬐는 동안 모두 보존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포도 덩굴이 우거진 지역의 온도가 45도를 넘어가게 되면, 과일 성분과 와인 품질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멜버른대학의 포도재배학 교수 스노우 발로우는 특히 연기에 의한 영향에 주목했다. 산불로 인한 연기가 포도가 익는 동안 포도의 피부를 통해 퍼질 수 있으며, 이에 영향을 받는 포도들에 불쾌한 연기 흔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이에 농작물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다음 계절의 무더위 시즌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따뜻한 계절에 토양의 습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뿌리 활동 깊이에 긴 관개 작업을 시행하는 등 포도 덩굴을 더 좋은 위치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뜨거운 열파는 상당한 양의 포도 송이와 잎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사진=픽사베이)

연간 와인 생산량

연구 데이터 포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호주의 연간 와인 생산량은 1991년 39만 4,289톤을 비롯해 1994년에는 58만 7,377톤, 1997년에는 61만 7,379톤, 2000년에는 80만 6,300톤, 2003년 109만톤, 2004년 147만톤, 2006년 143만톤, 2007년 96만 1,972톤, 2011년 112만톤, 2013년 123만톤, 그리고 2014년에는 119만톤 등으로 나타났다.

호주 통계청의 포도원 면적 자료에 따르면 호주의 총 포도원 면적은 현재 기준으로 약 13만 5,133헥타르로, 약 6251곳의 포도 재배 농가와 2,468곳의 와이너리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고용된 규모는 전국 65개 포도 재배 지역에 걸친 약 17만 2,736명으로, 정규직 및 파트타임이 모두 포함돼있다. 와인 산업이 경제에 기여하는 규모는 연간 400억 달러 이상이다.

이같은 수치는 농작물뿐만 아니라 산업 종사자와 제품을 구매하는 전체 소비자들에게도 폭염이 큰 피해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호주의 기후 비상

호주 정부는 그동안 부적절한 기후 기록으로 국내외적으로 많은 지탄을 받아왔다. 특히 호주는 석탄 화력에 의존하고 잇어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이는 시드니에 거주하는 2만 명의 인구가 정부에 산불로 인한 기후 변화 관련 조치를 촉구하도록 만든다. 

이들 시위대의 대다수는 정부가 기후 비상 사태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BBC는 시위에 참여한 임산부들은 "이 곳이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고 쓰인 셔츠를 입고 "우리 아기들의 미래를 불태우지 말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전했다.

앨리스 스프링스에 거주하는 원주민들 역시 날씨가 너무 더워져 생존을 위협할 지경이라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같은 극심한 기후 변화는 재배자뿐 아니라 전체 사람들에게까지 커다란 관심사가 돼야한다며, 개개인이 자신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작은 방법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