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패션노바의 옷들이 수백 명의 근로자에게 380만 달러의 임금을 빚진 공장에서 만들어졌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패션 브랜드 패션노바(Fashion Nova)의 옷이 수백 명의 근로자에게 380만 달러(약 44억 원)의 임금을 빚진 공장에서 만들어 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노동부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조사한 내용으로 뉴욕타임즈에 의해 보도됐다. 이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시간 당 임금 2.77달러(약 3,200원)를 받고 일했다.

적합하지 않은 작업 환경

2018년에 패션노바의 창립자 리처드 새기안은 이 브랜드 의류의 80%가 미국 내에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회사는 공급망을 재구성했으며 제품의 절반 정도가 로스 앤젤레스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어느 정도 비율의 제품이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지는 알리지 않았다.

이 회사는 공장을 직접 취급하지는 않지만 옷과 직물을 디자인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어 대량 주문을 한 후 노동자들이 옷을 실제로 바느질하고 패션노바 라벨을 부착하도록 한다.

이 회사가 판매하는 드레스와 점프수트 등은 화장실 냄새가 나는 외딴 건물에서 일하는 재봉사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재봉사로 일하는 56세의 메르세데스 코르테즈는 "이 공장에는 바퀴벌레와 쥐가 살며, 내부가 매우 어두워 환경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공장의 위치는 회사의 본사인 캘리포니아 주 버논 근처다.

 

시간 당 임금은 5달러 이하

코르테즈는 매일 이 공장에서 일한다. 하지만 임금은 얼마나 빨리 옷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셔츠 소매를 꿰매면 4센트, 측면 솔기를 꿰매면 각각 5센트를 받는다. 목 부분을 재봉하면 8센트다. 그가 이렇게 일해서 버는 돈은 1주일에 270달러(약 31만 원) 수준이다. 평균적으로 시간 당 임금이 4.66달러(약 5,400원)다.

그는 2016년에 공장을 옮겼지만 새롭게 옮긴 일자리도 패션노바의 옷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코르테즈는 "회사가 우리에게 지불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옷이 매우 비싸다"고 말했다. 코르테즈가 몇 센트씩 받으며 만드는 옷에는 12달러(약 1만 4,000원)짜리 가격표가 붙는다. 코르테즈는 회사 측과 합의해 5,000달러(약 582만 원)의 배상금을 받을 생각이다.

이런 공장들이 여전히 미국의 주요 브랜드를 위한 옷을 만들고 있지만, 브랜드 업체는 처벌받지 않는다. 하청 업체를 통해 옷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하청 업체 탓을 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즉, 패션노바가 "우리는 계약을 맺은 공장이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임금을 지급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이들은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패션노바는 연방 수사관들이 부당한 임금을 지불하는 의류 공장을 조사했을 때 가장 많이 연루된 패션 브랜드였다.

회사의 변호사들은 노동부 관계자들에게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고 공급 업체와의 계약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패션노바는 공장이 직원들에게 강제 노동, 안전하지 않은 작업 환경, 아동 노동 등을 시킨 사실을 알게 되면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갖게 된다.

구글(Google)의 검색 결과에 따르면 패션노바는 2018년에 베르사체(Versace)나 구찌(Gucci) 등의 명품 브랜드보다 더 많이 검색된 브랜드다. 인스타그램(Instagram) 공식 계정의 팔로워는 1,700만 명 수준이다. 패션노바는 현지에 있는 공급 업체 덕분에 매주 수천 가지 이상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만들어낼 수 있다.

패션노바 브랜드의 옷을 만드는 공장이 최저 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불하거나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곳을 조사한 50건의 수사에서 적발됐다(사진=이키미디어커먼즈)

뉴욕 타임스는 2019년 11월에 패션노바의 의류 봉제를 아웃소싱한 회사 7군데를 방문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 패션노바가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시간 당 임금은 최대 7.15달러(약 8,300원)였다. 그러나 이 공장은 하도급을 해서 의류 봉제마다 2.2달러(약 2,500원)를 지불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옷은 17.99달러(약 2만 원)에 팔렸다.

이 공장의 한 디자이너는 "봉제 계약자들이 하는 일은 문제가 아니다. 패션노바는 계약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계약자가 직원들에게 최저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7년 전 세계 의류 노동자의 임금 수준

미국의 공공 라디오 조직인 퍼블릭 라디오 인터내셔널(Public Radio International)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의 많은 의류 노동자가 전국 평균보다 적은 수입을 벌고 있다. 

2017년 의류 노동자들 중 업계 최고 수준의 월급을 받는 곳은 미국의 노동자들로, 1,864달러(약 216만 원)였다. 2위는 한국으로 1,251달러(약 145만 원), 3위는 터키로 약 933달러(약 108만 원)였다.

2017년 의류 노동자의 최저 임금은 스리랑카 194달러(약 22만 원), 방글라데시 194달러, 멕시코 207달러(약 24만 원) 수준이었다.

패션노바와 관련된 뉴욕 타임스의 기사는 패션 업계 및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의 시대인 지금 많은 이들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입는 비싸고 반짝이는 의류는 최저 임금보다 더 적은 돈을 받는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생산품이었다. 이런 의류 공장의 직원들이 상사에게 부당함에 대해 호소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이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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