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가축 항생제 사용 제한, 덴마크는 성공하고 미국은 여전해
등록일 : 2019-12-17 11:39 | 최종 승인 : 2019-12-17 11:40
김한성
항생제가 가축에 점차 더 많이 사용되면서 약물 내성 세균이 급증하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내외경제=김한성] 덴마크가 돼지 사육에서 항생제를 줄이는 방법을 채택하면서 그 효과를 보고 있다. 

현지 유틀란트 반도에서 돼지를 기르는 소렌 손더가드(40)는 뉴욕타임스(NYT)의 인터뷰에서 "내가 어렸을 적에는 가축 먹이 통에 수 킬로치의 항생제를 쏟아부었지만 이제는 옛날 일일뿐"이라고 말했다.

요즈음에는 농장에서 기르는 3만 5000여 마리의 새끼 돼지들 가운데 도살장으로 가기 전 항생제 한 알 정도만 복용시킨다는 것. 심지어 1/4 가량은 아예 약을 먹지 않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덴마크의 이같은 성공 사례에도 미국은 여전히 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돼지에 항생제 사용 줄여

NYT는 항생제가 가축에 점차 더 많이 사용되면서 약물 내성 세균이 급증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수출국인 덴마크는 항생제 사용을 줄이면서도 산업이 번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역시 일부 돼지 사육업자들이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는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했다.

미식품의약국(FDA)이 돼지의 성장 촉진을 목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축을 살찌우고 수익을 높이기위해 항생제에 의존하는 농가가 많다는 것이다.

 

 

미 돼지고기 산업 내 항생제 사용, 덴마크의 7배

미국 비영리 단체 천연자원보호협회(NRDC)가 발표한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돼지고기 산업 내 항생제 사용은 덴마크보다 무려 7배나 더 높다.

이는 인간과 가축에 사용하는 항생제 사용량이 과도해질 경우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증식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약물 내성 감염에 시달리는 인구는 증가세다. 내성 감염으로 목숨을 잃은 수치만 해도 70만 명으로, 이중 미국에서만 3만 5000여 명이 사망했다. 유엔은 2050년까지 약물 내성 병원균으로 전세계 10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심각성에도 불구, 미국의 돼지고기 업계 경영진들은 건강한 동물을 기르고 동시에 식품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생제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덴마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덴마크는 더욱 엄격한 항생제 금지 정책과 농민들의 집단적인 요구를 통해 현재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수의사들이 항생제를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도록 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폐기한 것이다. 

농민들이 이러한 요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올바르고 정확한 교육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동물을 질병에서 벗어나도록 만들 수 있는 사육 방법을 배우면서, 자발적인 움직임이 생겨났다.

가령 돼지에게 더 많은 생활 공간을 제공하고 밀폐된 창고의 환기와 위생을 개선하며, 감염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는 것 등이었다.

덴마크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5년 내 150만 마리 돼지들을 완전한 항생제 없이 사육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미국 업계의 왜곡된 시각

하지만 미국의 돼지고기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위업에 깊은 인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지 덴마크 농장을 방문한 이들조차,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관행이 도입될 경우 미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증가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게다가 덴마크가 시행하는 항생제의 경제적 사용이, 병든 돼지고기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혹은 치료할때 더 많은 항생제를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국립포크보드의 수의사 겸 공중 보건 담당 이사인 헤더 폴러 박사 역시 이들과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덴마크의 항생제 사용 감소 시도는 공중 보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동물들 사이의 유병률이 감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조직은 자발적인 항균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적시에 적절한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립포크보드는 미 농업마케팅서비스(AMS)가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많은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폴러 박사의 이같은 주장이 비상식적이라고 비난한다.

조지워싱턴대 항생제 내성 행동 센터 소장인 랜스 프라이스 박사는 "미국 돼지고기 산업의 이같은 주장은 잘못됐으며 창피한 수준"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돼지고기 생산자들은 인류를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지 돼지고기 생산자들도 마찬가지로 항생제를 끊기란 여전히 어렵다고 토로한다. 돼지의 수명이 평균 6개월로 일반 닭들의 6주보다 더 길어, 그만큼 병에 걸릴 확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덴마크는 이같은 모든 억지 주장에도 불구, 건강한 돼지를 기르면서도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덴마크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5년 안에 150만 마리 돼지들을 완전한 항생제 없이 사육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vs 덴마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8개의 우선 항생제-박테리아 조합 저항 비율에서 덴마크가 훨씬 더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현재의 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먼저 미국의 경우 3GCRKP(3세대 세팔로스포린에 대한 대장균의 저항성) 21%를 비롯해, FREC(플루오로퀴놀론에 대한 대장균의 내성률) 34.9%, CRPA(카바페넴에 대한 녹농균 저항성) 18%, MRSA(메티실린에 대한 황색포도상구균 저항성) 48.8%, 3GCREC(3세대 세팔로스포린에 대한 대장균의 저항성) 16.1%, PRSP(페니실린에 대한 폐렴 연쇄상구균 저항성) 12.7%, VRE(반코마이신에 대한 엔터로코커스 페칼리스 저항성) 29.2%, CRKP 8.2%. 등으로 나타났다. 2015년 평균 수치는 23%였다.

반면 같은 해 덴마크의 항생제-박테리아 8개 우선 조합 저항 비율은 훨씬 더 낮은 수치를 보였다. 3GCRKP 9%, FREC 15%, CRPA 7%, MRSA 2%, 3GCREC 9%, PRSP 5%, VRE 1.7%, 그리고 CRKP는 제로였다. 평균 비율은 6.1%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