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푸드 뱅크가 여러 가족들의 구원난으로 부상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식품 제조업체나 개인에게 식품을 기탁받아 소외계층에 지원하는 복지 서비스 단체 '푸드 뱅크'가 여러 이웃을 역경에서 구출하고 있다. 

아들의 사고로 삶이 망가졌던 스테이시 페레즈와 남편 알프레도 페레즈 역시 혜택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푸드 뱅크가 바꿔놓은 이들의 삶을 조명했다. 

페레즈 부부의 역경

외과 간호사인 스테이시와 용접공으로 일하는 알프레도는 아들 크루즈의 교통사고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2015년 6월 사촌과 함께 야구팀을 위한 후원금을 모집하려 자전거를 타고 이웃집을 방문하던 크루즈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당시 크루즈는 심각한 부상으로 머리에 많은 피를 흘렸는데, 이후 아이오와대학의 스테드패밀리아동병원으로 이송된 후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들은 최선을 다해 수술을 진행했지만 크루즈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약속은 하지 못했다. 살아남더라도 식물인간이 될 것이라는 말만 남긴 것이다.

페레즈 부부는 이에 극단의 결심을 내려야 했다. 크루즈에게 24시간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해 두 명 모두 휴직을 한 것이다. 단기 장애 보험을 들어두긴 했지만, 이 역시 가족의 재정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다행히도 크루즈는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회복은 더디고 매우 느린 상태다. 집에서 가까운 입원환자 재활센터로 옮겨지기 전까지 3주간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동안 스테이시는 더 어린 다른 아이들까지 돌봐가며 힘에 부친 생활을 해야 했다. 크루즈는 그해 8월 퇴원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페레즈 부부는 뇌를 다친 아이에게 나가는 치료비로 인해 푸드 뱅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변화시켰다(사진=셔터스톡)

크루즈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스테이시의 직장 복귀는 여전히 뒤로 밀려났다. 하루에 3번 치료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매주 아이오와까지 이동해 병원을 방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남편 알프레도는 직장으로 돌아갔지만, 집안의 재정 상태가 나아지지는 못했다. 치료비로 인해 돈이 많이 들지만, 동시에 4만 6,000달러(5,361만 원)라는 연봉이 미국에서 저소득층에 매달 제공하는 식비지원제도 '푸드 스탬프'나 다른 생활보조금 기준에는 너무 높았던 것이다.

스테이시는 이후 3년 동안이나 크루즈만을 돌보는 전업주부가 됐고, 다른 곳에 고용도 되지 못했다. 가족들은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주저했다. 

리버 벤드의 푸드 뱅크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구하지도 못할 정도로 자존심이 셌던 스테이시는 이웃에게서 리버 벤드 푸드 뱅크를 추천받은 후 생각을 180도 바꾸었다. 리버 벤드에 위치한 푸드 뱅크는 연간 1700만 끼에 달하는 식사를 배급하는 창고로, NYT 니디스트 케이스 펀드의 수혜자 중 하나인 피딩 아메리카와 제휴한 200여 개의 푸드 뱅크와 6만 여개의 식품 저장고 가운데 하나다. 

 

스테이시는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이웃의 권유로 마침내 푸드 뱅크를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그곳에서 처음 발견한 것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쌓여있는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몇 번의 재고 끝에 간신히 음식을 집으로 가져오는 것에 성공, 이후 집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자 결정에 만족했다. 바로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이후엔 한 달에 한 번씩 5개월간 푸드 뱅크를 이용하는 단골이 됐다. 또한 단지 가족뿐 아니라 노숙자들을 위한 자원봉사에도 나섰다. 푸드 뱅크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레시피를 접목해 여러 음식들을 만든 뒤, 이를 지역 노숙자 보호소에 제공한 것이다. 게다가 이웃과 친구들이 스테이시가 만든 음식을 직접 주문하기 시작하면서, 스테이시는 이를 지역 술집에도 판매하며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다시 직장으로 복귀해 간호사 일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내 식품 저장고가 가장 많이 소재한 상위 3개 지역은 뉴욕과 플로리다, 그리고 미시간이다(사진=셔터스톡)

크루즈 역시 의사들의 부정적이었던 예후에도 불구, 고등학교를 제때 졸업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세인트암브로스대학의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 기술을 배우는 등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중이다. 물론 여전히 발작으로 고통받지만,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약물치료를 수행하고 있다.

스테이시는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푸드 뱅크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현재는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의 음식을 부탁한다며, 이는 이전까지는 몰랐던 푸드 뱅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푸드팬트리즈오알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식품 저장고가 가장 많이 소재한 상위 3개 지역은 뉴욕과 플로리다, 그리고 미시간이다. 뉴욕은 1,057곳이 소재해있으며, 플로리다가 844개, 미시간이 794개다. 이어 텍사스 675개, 캘리포니아 624개, 오하이오 603개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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