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가 사전적격성 평가를 통해 일반용 인슐린도 승인할 방침이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인슐린 가격의 상승에 비해 개발도상국 내 공급은 줄어들면서, 일반적인 버전의 인슐린도 검사 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이같이 결정했다며,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의료 시장이 치열해지면 인슐린 가격도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인슐린 글로벌 시장 지배하는 3대 제약사

현재 전 세계 인슐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3대 다국적 제약기업은 일라이 릴리를 비롯한 노보 노디스크, 그리고 사노피다. 세 곳은 지난 20년간 시장을 지배하면서 동시에 가격도 꾸준히 인상했다.

그러나 WHO의 결정에는 낙관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일라이 릴리 대변인은 WHO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모두가 인슐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노보 노디스크 역시 WHO의 결정을 극찬했다. 사노피도 마찬가지로 자사가 환자들의 인슐린 접근성을 도와주는 모든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WHO의 의약품 및 건강 기술 규제 책임자인 이머 쿡은 앞서, 전 세계적으로 약 4억여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지만 인슐린은 부족해지고 가격은 비싸지고 있어 이러한 상황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전적격성 평가

WHO 이번 결정과 관련해 사전적격성 평가를 수행, 국경 없는 의사회 등 유엔 기관과 의료 자선단체가 승인된 일반 인슐린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 검사는 강력한 규제 절차가 없는 국가들에서도, 현지 보건 기관이 승인된 약을 조달받는 데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2002년에 WHO에 의해 채택된 이 평가 제도는, 그동안 가난한 국가들과 중소득 국가들의 HIV 약품 가격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서구권 제약회사들은 에이즈로 매일 죽어가는 아프리카인 7,000명에게 연간 최대 1만 5,000달러(1,763만 원)를 청구하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제도로 현재 약품은 매년 75달러(8만 8,170원) 미만으로 내려갔으며, 인도와 중국 및 기타 제너릭 약품 산업의 국가들에서 저비용으로 생산되고 있다. 오늘날 HIV 약물을 복용하는 전 세계 인구의 약 80%가 WHO의 검사와 승인을 받은 적절한 가격의 일반 버전을 복용하고 있다. 

인슐린 가격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상승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당뇨병 환자가 직면한 위기,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WHO의 당뇨병 관리지침 책임자인 고즈카 로글릭은 지난 35년간 전 세계 당뇨병 환자 수가 4억 명으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위험할 정도로 높은 혈당 수치를 가진 사람들은 실명이나 뇌졸중, 발 절단 및 조기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의 증가는 부분적으로 인구 증가와 기대 수명이 높아졌기 때문이지만 대부분은 만성 운동 부족에 기인한다. 다만 주로 어린 시절부터 시작돼 인슐린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자가면역 질환인 제1형 당뇨병도 1년에 약 3%씩 증가하면서 증가하는 추세다.

WHO는 제1형 당뇨병을 앓는 인구를 약 2,0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정기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5분의 1인 약 6,000만 명도 인슐린이 필요하다. 

 

WHO는 또한 인슐린이 이미 지난 40년간 WHO의 필수 의약품 목록에 존재했지만, 8,000만 명 중 절반은 개인 혹은 국가적인 이유로 약물에 대한 접근성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슐린의 가격은 바이알(vial, 약병기준)당 235달러(27만 6,200원)로 상승했다. 특히 지난 20년간 인슐린 한 병 가격이 35달러(4만 1,100원)에서 235달러로 오른 미국의 경우, 건강 보험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은 암시장에서 인슐린을 사는 등 더욱 빈곤해지고 있다. 

쿡 책임자는 이와 관련, 가정용 인슐린을 제조하는 제약회사가 인도와 중국, 폴란드, 우크라이나, 아랍에미리트,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등 많은 지역에 분포해 있으며, 이외에도 WHO 승인을 받을 수 있다면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다른 여러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5년간 전 세계 당뇨병 환자 수가 4억 명으로 급증했다(사진=픽사베이)

2017년 전 세계 당뇨병 유병률

아워월드인데이터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당뇨병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태평양 섬 지역으로, 20~79세 사이의 15.13%가 제1형 또는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다음으로 당뇨병 발병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11.43%를 차지했다. 북미는 10.43%로 3위, 남아시아는 9.94%로 4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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