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본인 부담 의료비를 지불할 수 없어 건강 관리에 사용하는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다(사진=123RF)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본인 부담 의료비를 지불할 수 없어 건강 관리에 사용하는 돈을 아껴야 하며, 약물을 구입할 수 없다. 즉, 비용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환자는 더 저렴한 약물치료를 원한다

미국국립건강통계센터(NCHS)에 따르면 최근 당뇨병 환자 4명이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으로 차도가 있었지만, 더 저렴한 약을 처방해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고 한다. 높은 의료 비용 때문에 약 13%가량의 환자가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할 수 없다.

일부 환자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 중 3분의 1은 비용 때문에 약을 복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보장 제도인 메디케이드 지원을 받는 사람의 18%는 약물 복용을 포기하고, 사보험이 있는 환자의 14% 또한 약물 복용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8년 당뇨병 연구 및 임상 실습에서 비용으로 인해 당뇨병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당뇨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16%가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인슐린 및 약물을 사용해야 하지만 1년에 버는 돈이 5만 달러(약 5,848만 원) 이하여서 약값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렇게 비용 때문에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환자는 당뇨병 환자뿐만이 아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비용 분담이 커지면, 환자는 약물 복용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피임을 고려하는 사람, 고혈압 환자, 고콜레스테롤 및 만성 질환 환자, 심지어는 암 환자 등도 비용 때문에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

일부 환자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 중 3분의 1은 비용 때문에 약을 복용하지 못하고 있다(사진=123RF)

다중키나아제 억제제

다중키나아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가 도입되기 전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기대 수명은 질병 진단 후 5~6년 이었지만, 환자가 매일 복용하면 기대 수명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 약은 매우 비싸다. 그리고 환자는 남은 생애 동안 계속 복용해야 한다.

2013년 밴더빌트의과대학의 보건 정책 부교수인 스테이시 두셋지나 박사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의 건강 계획 청구를 조사해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는 성인 환자의 수를 확인했다. 이들은 최초의 다중키나아제 억제제인 이매티닙을 복용했으며 모두 사보험에 가입해 있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월 자기 부담금을 가진 환자(약 53달러, 6만 원)는 낮은 자기 부담금을 가진 환자에 비해 6개월 이내에 치료를 중단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17% 대 10%).

약물치료가 중단되면 사망할 우려가 있다

환자가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병세가 악화되거나 병이 재발하거나 심지어는 환자가 사망할 우려가 있다. 두셋지나에 따르면 비용으로 인해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일의 가장 큰 단점은 일부 약물은 처방받은 그대로 복용해야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약값을 아끼기 위해 하루에 두 번 복용해야 하는 약을 한 번만 먹는다면 약효가 없을 수도 있다. 또 비용 때문에 약물을 바꾸면 그 약이 더이상 효력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환자가 치료 요법을 완료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NCHS가 201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64세 미국인 중 8%가 비용 때문에 처방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보험 가입자 중 6%도 자기 부담금 때문에 처방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는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다. 2017년에 BMJ오픈은 고소득 국가 11개국에서 55세 이상의 사람들의 비용 문제로 약물 복용을 하지 않거나 중단한 경우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런 경우는 4% 미만이었다. 미국이 가장 높아 17%, 캐나다가 그 다음으로 8%를 기록했다.

캐나다의 보험 보장 시스템은 미국보다 조금 나아 보이지만, 약물에 대한 보장은 다른 국가에 비해 그리 좋지 않다. 캐나다의 건강 보험 시스템은 약물 비용은 보장하지 않으며, 주마다 법이 달라 보장 범위도 다르다. 그런데도 캐나다인은 미국인보다 훨씬 나은 의료 보험 서비스를 받고 있다.

2018년 미국의 건강 관련 지출

경제 협력 개발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건강 지출은 1인 당 1만 586달러(약 1,238만 원) 정도였다. 그중 8,949달러(약 1,047만 원)가 정부에서, 나머지가 개인에게서 나왔다.

2018년 미국은 OECD 지역에서 건강에 가장 많은 돈을 쓴 나라로 기록됐다. 2위는 스위스로, 이곳의 1인 당 건강 지출은 7,316달러(약 856만 원)였다.

 

건강보험 문제는 대부분 가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저소득층 가정에 더욱 큰 부담이 된다.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 약물을 제때 복용하지 못하는 것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런 건강 문제가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는 더욱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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