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하면서 수백 명의 어린이가 HIV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했다(사진=123RF)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신드 주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에 배치된 의사 무자파르 강로 박사가 주사기를 재사용하면서 수백 명에 이르는 어린이를 HIV에 감염시켰다. 강로는 즉시 처분을 받았지만, 900명 혹은 그 이상의 어린이들이 HIV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파키스탄의 건강 관리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바늘과 주사기 재사용, 파키스탄에서 만연하다

강로는 처음에 HIV를 퍼뜨린 것에 대해 비난받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오직 강로 한 명만 파키스탄 대중의 분노를 촉발시킨 사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주사기 및 바늘 재사용은 파키스탄 전역에서 매우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강로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늘과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부인했으며, 해당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마자 당국이 병원의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병원에서 일하기 얼마 전에 의사 면허를 갱신했으며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일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가의 의료 시스템을 규제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보건 전문가들은 국가 의료 재정비 계획서를 업그레이드하고 현재 일하고 있는 의사들을 훈련할 때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부분인 감염 관리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병원에서 소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가칸대학의 파티마 미르 박사는 "이번 HIV 전염 문제는 파키스탄에서 감염병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또 어떤 병원에서는 손을 씻을 깨끗한 물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4월 이후 현재까지 HIV 검사를 받은 약 3만 6,000명의 주민 중 1,112명이 HIV 양성 반응을 보였다. 어린이 중에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은 889명이다. 보건 관계자들은 실제로 감염된 주민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검사를 받은 사람들의 수는 도시 전체 인구의 4분의 1보다도 적기 때문이다.

강로가 일하던 병원의 의료 프로토콜은 적절하지 않았다(사진=123RF)

강로는 여전히 조사를 받고 있지만, 그가 의도적으로 HIV 바이러스를 유포한 것이라는 혐의는 벗었다. 신드 지방의 감독관인 이르판 알리 발로치는 "강로는 몇 명의 의료 전문가들과 면담했다. 의료 의원회는 그가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전염시킨 것은 아니지만 그가 일하던 병원의 의료 프로토콜이 적절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건강 관리 비용은 파키스탄 GDP의 고작 1%

파키스탄은 국내 총생산(GDP)의 고작 1%, 혹은 그보다도 더 적은 금액을 건강 관리 분야에 사용하고 있다. 한 명의 의사가 돌봐야 하는 환자의 수는 6,000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은 전원 지방에서 더욱 심각하다. 파키스탄의 공중 보건 위기는 비효율적인 거버넌스와 특별한 이익에 대한 우선 순위 설정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한 전문가는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과 더불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 소아마비가 남아 있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또 수십 명이 뎅기열이나 광견병 같은 예방 및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농촌 지역 사람들 대부분은 무면허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다. 또 의사들은 유통 기한이 만료된 약을 처방하고 환자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

중앙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 에이즈(AIDS) 제어 프로그램의 프로그램 관리자인 바서 간 아카크자이 박사는 "이번에 발생한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파키스탄의 다른 지역 또한 HIV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용된 주사기는 즉시 폐기 및 소각돼야 하지만 재포장돼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에이즈와 HIV 사례를 감시하는 유엔의 태스크 포스인 유엔 에이즈(UN AIDS)의 추정치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HIV 양성인의 수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거의 두 배로 늘어 16만 명이 됐다. 이 기간 15~24세 젊은 층에서 HIV 감염자 수가 38% 늘었다. 그러나 HIV 양성인 사람 중 10%만 치료를 받고 있다.

 

파키스탄에 있는 HIV 양성 어린이의 수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 파키스탄 어린이 중 5,500명이 HIV 양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에 전 세계적으로 HIV 양성인 어린이는 170만 명이었다.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일은 정부가 건강 관리에 더 중점을 두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비극이다. 그 외에도 HIV 감염이 발생한 데에는 무지, 지나친 안전 불감증 등 여러 다른 이유가 있다. 건강 관리를 위해 할당된 자금 중 일부는 부패한 공무원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부패를 근절하고 빈곤한 사람들을 도우며 국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파키스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개혁을 시행해야 한다.

 

저작권자 © 내외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