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를 겪던 아르헨티나가 좌파 성향의 대통령을 선출하며 마크리의 연임이 좌절됐다(사진=셔터스톡)

심각한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최근 대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를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친시장주의를 주도했던 마크리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던 탓이다.

마크리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

이전 마크리 대통령에 한 표를 던졌던 건설 노동자 마우리시오 타보아다(54)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크리는 현명한 인물이어야 한다. 경제를 관리하는 법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며 그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마크리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자국민로부터 이전 17년간의 경제 실정에 제동을 걸어 다시 국가를 일으킬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가 약속했던 선거 공약은 공허한 이야기뿐이었다는 결과만 초래했다.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에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갔으며, 이에 따라 빈곤층은 속수무책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최근의 대통령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종료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마크리의 연임 희망이 종식된 것. 국민은 외국 자본을 배제하고 산업 국유화 및 복지 확대 등을 내세운 페르난데스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대선 결과로 페르난데스 당선자의 러닝메이트이자 대통령 퇴임 후 4년 만에 정계에 복귀하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입지도 확대될 전망이다. 크리스티나는 남편이었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후임자로 최초의 부부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그러나 각종 포퓰리즘 정책으로 2014년 국가 부도 위기를 야기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퇴임 후에는 뇌물수수와 각종 사건사고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상품 가격이 급등하고 임금 구매력이 약해지는 현 실정에서 타보아다 같은 국민들은 경제 문제에 초점을 둔 냉철한 비판을 가했다.

아르헨티나는 상품 가격이 급등하고 임금 구매력이 약화되는 등 경제 불황에 처해있다(사진=셔터스톡)

예정됐던 마크리의 최후

마크리의 연임 실패 전망은 지난 8월 있었던 예비 선거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당시 페르난데스 후보보다 16% 차로 뒤진 것으로, 당시의 추세는 지방 선거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물론 당시 마크리의 선거대책팀은 주요 선거 결과가 마치 총선의 결과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인프라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 다수는 이때 이미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매체와 인터뷰한 섬유 디자이너 멜리사 마테오스(36)는 예전에는 마크리 대통령의 지지자였지만 "길거리에서 잠을 자면서 굶주리는 사람들이 발생하면서, 모든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입장 선회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를 음식이 없을 때 냉장고를 사는 것에 비유했다.

일부 마크리의 지지자들은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법적 이슈에 관심을 돌리려 노력하기도 했지만,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주목에서 벗어나 쿠바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딸을 방문하며 세간의 관심을 피하는 방법을 택했다.

사실 마크리 행정부는 내각 구성부터 잘못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를 운영하는 방법 자체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하계 및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는 것. 비평가들은 이 같은 조합이 외화로 수십 억의 부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하는 등 여러 실수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의 극심했던 가뭄이나 미국의 금리 상승, 그리고 현지의 경제 위기 등 여러 경제적 충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재하도록 만든다고 비판했다.

IMF, 아르헨티나에 570억 달러 대출

마크리 대통령은 현지 중앙은행의 현금이 바닥나자 국제통화기금(IMF)를 통해 570억 달러(66조 4,791억 원)도 빌렸다. 이 역시 일부 국민의 반감을 샀다. 지난 2001년 극심한 경제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 IMF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물론 IMF 대출로 마크리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여지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경제는 이후에도 지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렸다.

마크리 대통령은 시장력에 의존해 투자를 유치하고 중산층을 확장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는 전직 기업인이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을 2선이나 지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5년에는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정책이었던 보조금과 가격 통제, 무역 규정 등을 비난하며 자신의 정책과 선을 긋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부터 대중교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비용을 통제하는 소비자 보조금도 폐지했는데, 이 보조금을 국가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키르치네르 정권 시절 중산층으로 올라갔던 현지인들은 다시 가난에 빠졌고, 일상생활도 고군분투해야 했던 시민들은 가장 낮은 바닥으로 떠내려갔다.

아르헨티나 세입 총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2017년 세수는 총 320만 2,629아르헨티나 페소다. 같은 해 아르헨티나의 소득과 이익 및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은 5억 5,975만 5,000아르헨티나 페소였으며, 개인의 소득, 이익,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은 2억 3,628만 4,000아르헨티나 페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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