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럽산 수입 제품에 75억 달러 상당의 대규모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사진=123RF)

미국이 유럽산 수입 제품에 75억 달러(8조 7,967억 5,000만 원) 상당의 대규모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에어버스 항공기에 10%, 그리고 프랑스산 와인과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유럽 전역의 치즈 등 농산물 및 공산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이에 따른해당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의 관세 폭탄은 유럽연합(EU)이그동안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세계무역기구(WTO)가 인정하면서 내려진 조치다. 앞서 WTO는 분쟁해결기구 특별회의를 통해 EU가 에어버스에 수십억 달러의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어버스-보잉 WTO 분쟁

미국과 EU는 오랫동안 자국의 항공기 제조업체가 부당하게 보조금을 받아왔다고 주장해왔다. 독일의 뉴스 매체 DW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06년 에어버스가 194억 유로(25조 3,678억 원)의 불법 보조금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WTO에 최초로 소송을 제기했다. 에어버스는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독일의 BAE 시스템즈가 공동 소유한 유럽의 다국적 항공우주 기업이다. 미국 관리들은 에어버스가 받은 불법 보조금으로 인해 2,000억 달러(234조 5,8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EU는 미국 항공 제조업체인 보잉이 미 정부로부터 연구 개발 프로젝트 명목으로 보조금 230억 달러(26조 9,767억 원)를 받았다고 맞받아쳤다.

WTO는 이와 관련, 수년간 이어진 소송과 항소, 대응책 합의 요구 끝에 미국에 75억 달러 상당의 EU 상품에 대한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조치를 내렸다. EU의 에어버스가 불법 보조금을 받아 라이벌인 보잉의 판매를 방해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유럽에 제재를 가하는 법적 근거 조치가 됐다.

이번 관세 폭탄은 EU가 그동안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WTO가 인정하면서 내려진 조치다(사진=123RF)

EU에 대한 미국 대응책

WTO 발표 이후 이루어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의 관세 조치는 와인 메이커들을 비롯한 올리브 재배자 및 유럽의 소기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U 농업부 장관들은 이미 자국의 소규모 식량 재배업자들이 수입 감소 및 생계를 위한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부는 15년간의 소송 끝에 마침내 WTO가 미국이 대응책을 시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며, 이번 소송 판결을 환영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트러스 영국 통상장관은 이 같은 중심 산업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장관은 유럽 산업을 돕기 위한 다른 조치를 모색하면서 미국에 강한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관세가 위스키 판매에 미치는 영향

이번 관세 폭탄을 맞은 스코틀랜드 스카치위스키는 가장 유명한 대미 수출품 가운데 하나다. 스카치위스키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수출액은 10억 파운드(1조 5,207억 원)에 달했으며 이 중 33%는 싱글몰트 위스키였다. 미국 역시 전 세계 물량의 10.7%, 그리고 스카치위스키 수출량의 22%를 차지하는 대수출국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관세가 스코틀랜드 위스키 생산업자뿐 아니라 스카치 판매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추정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이 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1만 1,000명에 달한다는 사실로 볼 때, 분명 이들의 수입 감소에는 명백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위스키뿐 아니라 ▲스페인산 올리브 ▲프랑스산 와인 ▲이탈리아산 치즈 등 다른 농산품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루이스 플라나스 스페인 농림부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관세로 인해 항공 산업과 전혀 상관없는 농식품 부분이 영향을 받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스카치위스키협회의 최고경영자(CEO) 카렌 베츠 역시 BBC를 통해 스코틀랜드와 영국 정부가 힘을 합쳐 이 난국을 헤쳐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관세 부과를 강행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스카치위스키협회의 전략 및 통신 담당 이사인 그레엄 리틀존은 미국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영국 정부는 가능한 빨리 관세가 철폐되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소규모 위스키 업체조차도 최악의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영국과 스코틀랜드 정부가 지원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영국 무역 통계

영국의 통계청에 따르면, 상품 수입액은 전 3개월 동안 141억 파운드(21조 4,418억 7,000만 원)에서 올해 7월까지 1,195억 파운드(181조 7,236억 5,000만 원)로 감소했다. 반면 상품과 서비스의 총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 12월에서 7월까지 432억 파운드(65조 6,942억 4,000만 원)로 늘어났다. 서비스 무역 흑자는 지난 3월에서 7월까지 264억 파운드(40조 1,464억 8,000만 원)로 소폭 줄어들었지만, 서비스 수입 감소는 수출로 인해 상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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