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경제TV 칼럼] 29~3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사드 배치가 무엇보다 중요 의제가 될 전망입니다. 사드는 주한미군과 우리 국민을 북 핵 미사일로부터 지키자는 것인데 미국 조야의 심기가 불편해 보입니다.

넓디넓은 성주 골프장에 요격용 미사일 48기를 배치한다는 것이 무슨 큰 환경문제가 되느냐고 묻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드 배치에 국내법이 우선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비상 상황 시에 동맹국인 미국이 전개하는 전략 폭격기나 핵 잠수함, 항공모함의 훈련도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할까요?

최근 방한했던 딕 더빈 미 상원 세출위원회 군사소위 간사는 "내가 만약 한국에 산다면 북한이 전쟁 발발 시 한국에 퍼부을 수백 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드 시스템을 원할 것 같다"라고 언론 회견에서 말했습니다. 한국이 사드를 원치 않으면 9억 여 달러의 미 예산을 다른 데 쓰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했으니 사드 배치 지연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들립니다.

최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워싱턴에 가서 사드로 한미동맹이 깨진다면 그건 동맹도 아니라고 했다가 비판과 청와대의 경고에 몰렸습니다.

학자이기 전에 특보의 외교적 무게를 담지 못한 발언으로 여겨집니다. 그는 사드 지연이 별 게 아니라고 본 모양이지만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 정부에 엄청나게 중요한(incredibly important) 것이라며 사드의 배치는 한미 양국의 최고위급 대화로 결정한 것으로 그 공약은 철저한 것이라고 브리핑했습니다.

미국이 군사 예산을 어렵게 할애한 고가의 최첨단 방위 장비가 한국에겐 내키지 않는 것으로 비쳐지는지도 모릅니다. 보고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소식과 욕까지 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국내에선 지난 24일 사드 찬반 집회가 열렸지만 국민의 여론은 53%가 사드 배치 찬성, 32%가 반대인 것으로 한국갤럽의 6월 중순 조사에서 나타났습니다.

반대는 1월보다 8% 포인트 줄었습니다. 유사시에 국민을 지키는 것은 입으로 사는 정치인이 아니라 목숨을 바치는 군인과 무기입니다.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사드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짐을 중시해야 할 것입니다. 호국 원호의 달에 어울리게 안보의 기틀을 다져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동맹인 미국에게 최고의 현안으로 대두된 북한에 경사되면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평양행도, 개성공단 재개도 북한에 바람직한 변화가 있다면 당연히 가능한 일이지만 잇단 도발을 제재하려는 국제 공조를 외면한 듯 친북적인 서두름과 미국의 분위기는 엇갈리는 것이죠. 대화를 이유로 북한과 안보를 거래하지 말라는 주장이 미 연구기관에서 나왔습니다.

최근 북한에 장기간 억류되었던 21세의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가 혼수상태로 풀려나 사망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감정은 더욱 악화하고 있고 전략 폭격기인 B1B가 한반도 주변에 다시 전개되어 무력시위를 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세계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될 북 핵을 폐기가 아니라 동결만 해도 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군사력을 기정 사실화하려는 위험한 제안으로 한미 간의 틈을 보여줍니다. 핵무기는 주변국들이 통일 강대국의 출현을 바랄 리가 없음으로 한반도 통일 시 자산이 아니라 통일의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발전의 기틀이 된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으로 우리가 안보의 대안이 없다면 지극히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은 일본, 러시아, 중국과 달리 영토적 야심이 없는 것으로 평가 받는 나라인 데다가 민주주의나 시민 정신 등 주변국들이 갖추지 못한 소프트 파워까지 갖춘 강대국입니다. 그러니까 반미적 성향을 보이는 유명한 좌익인사들이 자식들을 미국에서 공부시키는 것이죠.

만약 한국이 전략자산과 군사훈련 축소 등 안보 문제에서 미국과 엇박자로 나간다면 최악의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베트남에서처럼 평화협정 끝에 완전 철군으로 나갈지 모릅니다. 방위선은 6·25 전쟁 직전의 애치슨 라인처럼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선으로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해도 군사적 제재를 못했던 것은 맹방인 남한의 피해가 우려된 때문이었다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밝힌 적이 있습니다. 어느 일본 언론에 따르면 유사시 북한은 9000발을 수도권에 퍼부을 것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ICBM 등 군사력이 미국에 위협으로 간주된다면 미국은 대북 제재를 위해 미군과 미국인의 철수를 유도한 뒤 군사적 옵션을 도모할지도 모릅니다.

미국 제1주의를 내건 트럼프 행정부의 인내심을 문정인처럼 시험하는 것은 국익이 아니라고 봅니다. 사드 배치를 늦춰 혹시라도 중국에 성의(?)를 표시하려는 사람들은 이미 중국의 북핵 해결 노력이 성과가 없었다고 언명한 트럼프와 달리 중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해줄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요? 중국도 러시아판 사드라는 사정거리 600킬로미터의 지대공 미사일 S400을 착착 도입 중입니다. 중국은 한국의 동의를 얻었나요?

지난 23일 사정거리 800킬로미터의 현무2 국산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북한은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사정거리 5000킬로미터 급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2020년이 지나야 완성한다는 우리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와 킬 체인은 너무 느긋한 것이죠. 북 핵의 위협에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에 졸라도 부족할 판에 홍익표라는 의원은 문 씨 발언에 대해 "부부가 텔레비전을 들일까 말 건가를 놓고 싸우다 이혼하면 그 부부가 정상인가"라고 터무니없는 비유를 한 실정입니다.

지난 6월 16일 독일 통일의 아버지 헬무트 콜 총리가 작고했습니다. 필자는 1989년 12월 그가 동독 드레스덴 연설에서 통일을 열망하는 동독 주민들에게 "우리가 이성과 균형 있는 행동, 그리고 의지를 품고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을 때 통일의 목표가 이뤄지는 그때가 오게될 것"이라고 말한 의연한 모습과 연설이 끝나도 호텔 주변에 모여 헬무트 콜을 연호하는 군중들을 보았습니다.

그는 미국, 소련, 프랑스, 영국 등 2차 대전 전승국들과의 철저한 선린우호 유지와 동독 국회의 자발적인 합병 결의로 자유민주주의로의 흡수통일을 달성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겐 통독을 가능하게 만든 고르바초프 같은 공산권 해방의 선각적 영웅도 없고 저 차원의 영토적 야욕만이 넘실댑니다. 우리는 주변국들과 좋은 관계가 아닙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6월 12일 사설에서 문 대통령은 "중도 좌파의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지역의 강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balancing role)'을 원하면서 북한과 협상을 꾀하려 한다, 이런 순진함은 한국의 안보를 위기에 빠뜨린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실전적인 외교 경험과 안보 식견을 가진 인사가 이런 파고를 넘을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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