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칼럼] 5월의 시

편집국 기자
기사승인 : 2019-05-31 12:49

[내외경제TV 칼럼]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아침에 핀 꽃이 천상의 공기를 사랑하듯이…'

오월을 찬미하는 시로 독일의 시성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가 지은 '오월의 노래(Mailied)'를 떠올립니다. '오월의 노래'는 괴테가 '질풍노도시대(Sturm und Drang)'에 지은 시가집 '제젠하임의 노래'에 포함된 시편이에요. 감각적 리듬과 정열적 내용, 자연에 빗댄 연정의 서정적 형상화가 두드러집니다. 시에 나오는 소녀는 제젠하임 지방 목사의 딸인 프리데리케 브리온으로 청년 괴테의 첫사랑이었지요.

'아름다운 5월에 꽃봉오리들이 피어날 때/내 마음속에도 사랑의 꽃이 피어났네…'

낭만파 시인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의 사랑 찬가 '아름다운 오월에(Im Wunderschoenen Monat Mai)'도 유명합니다.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에 제 1곡으로도 실린 이 노래 역시 꿈꾸는 듯한 봄의 청신함과 그에 걸맞은 사랑의 설렘과 감미로움을 노래하는군요. 제 13곡 '나는 꿈속에서도 울고 있었네'와 함께 특히 사랑받는 노래이기도 하죠. 요절한 리릭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의 노래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요.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노래하고 있는 것을/나는 모르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눈길을 돌려보죠. 얼마 전 별세한 황금찬 시인의 시 '5월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시인은 고백하네요.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나는 모르고/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나는 모르고 있었다…'고. 시인은 또 다른 시 '5월이 오면'에서도 달콤 씁쓸한 회한을 토로하는군요. '우리들의 그 언덕에 5월이 오면/지금은 안 들릴까/우리들이 그 언덕에 남겨놓은 5월의 노래가/5월이 돌아올 때마다/돌아가고 싶은 언덕이 있다/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슬픔에 잠길 테요…'

5월을 노래한 시편 중 절창(絶唱) 중 절창은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아닌가 합니다. 5월을 두고 계절의 여왕이라고 찬미하지만 마냥 푸르르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미세먼지 때문인가요? 하늘은 파란데 시야는 흐리군요. 5월은 화려함과 어두움을 함께 갖춘, 이중적인 달, 역설의 달입니다. 모든 찬란함의 뒤에는 끝 모를 어두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4월에도 마찬가지였지만, 5월에 들어서면 왠지 누구에겐가 빚진 것만 같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5월의 꽃은 폭죽처럼 피어오르고 탄피처럼 흩어져 내려요. 만천화우(滿天花雨)! 천지에 가득한 꽃이 비가 되어 울음 우는군요. 그에 섞여 먼 남녘으로부터 그날의 함성도 들려오는 듯. 영랑의 시를 마저 읊어보죠.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인용한 시는 일부 연과 행을 바꾸었음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창식님은 독어독문학을 전공, 대학시절 교내 단편문학상을 수상했고 독일어로 쓴 소설, 논문집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항공회사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을 역임했으며 지금도 문학도의 꿈을 놓지 않고 수필, 칼럼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음악, 영화, 문학 등 다방면에 걸친 관심과 일상생활에서 얻는 철학적 주제에 대한 남다른 관점을 감성적인 문체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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