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방석순] 무엇이 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편집국 기자
기사승인 : 2019-05-31 12:41

[내외경제TV 칼럼] 한국계 미국인 김용(56) 세계은행 총재의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김 총재가 이사회에 "세계은행의 중요 과업을 위해 계속 일하고 싶다"고 연임 의사를 밝히자마자 세계은행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미국 정부가 그의 연임을 공식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제이컵 루(Jacob Lew) 재무장관은 25일 김 총재가 "극빈과 재정의 불균형, 기후변화 등 오늘날 가장 시급한 글로벌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애써 왔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G2를 자부하며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영향력 확대를 꾀해온 중국도 31일 김 총재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중국 재정부는 "김 총재가 세계 빈곤 퇴출을 위해 노력하고, 조직을 투명하게 운영했다"며 예상 밖의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한때 미국 영향력 아래의 국제 금융 체제에 반기를 들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주도했던 중국의 태도가 놀랍습니다. "전 세계 대규모 기반시설의 개발에 공동대응이 절대로 중요하다"며 AIIB를 협력 파트너로 받아들인 김 총재의 유연한 대응이 두 기구의 마찰 위협을 융화 모드로 바꿔놓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5일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항저우를 방문 중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김 총재에게 직접 연임을 지지한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세계은행의 가장 큰 지분을 가진 3개국이 이같이 김 총재를 지지하고 나섰으니 이변이 없는 한 '김용의 세계은행체제'는 5년 연장이 확실해 보입니다.
물론 김 총재의 연임에 반발 기류도 없지 않습니다. 우선 김 총재 취임 이후 강력한 구조개혁에 반발해온 세계은행 직원들이 공개적으로 연임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경쟁 없이 미국이 단독으로 임명하는 방식의 총재 선출은 옳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은행 이사회는 늦어도 9월 14일까지 총재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입니다. 세계은행의 다수 지분을 가진 국가들의 잇따른 지지 선언으로 사실상 총재 인선은 끝나고 형식적인 발표만 남아 있는 셈입니다.
김용 총재는 다트머스 대학 총장으로 일하다가 2012년 7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제12대 세계은행 총재에 취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5년의 두 번째 임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백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김용을 앉히게 했을까?' 국제금융이니 글로벌 경제니 하는 데에 어두운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김용 총재 자신도 한동안 금융전문가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보건전문가인 그를 세계은행 총재로 발탁한 것은 그의 여러 분야에 걸친 관심, 맡은 일에 대한 열정, 무엇보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봉사의 정신을 높이 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섯 살 때 부모 손에 이끌려 미국에 이주한 김 총재는 학창시절 농구, 미식축구 등 여러 종목의 스포츠에 열중했습니다. 하버드대학에서는 의학 박사와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하버드대학 의학, 사회의학, 인권 등 여러 전공 교수로 재직했으며 의료자선단체 '파트너스 인 헬스(PIH)'를 창설해 의료 낙후지역에서 에이즈 퇴치활동을 벌였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에이즈 국장으로 개발도상국 에이즈 치료에 전례 없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일을 좋아하고 일을 찾아다니는 사람입니다. 그의 어머니가 늘 "세상을 위해 네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라"고 가르쳤다 합니다. 그 가르침 덕인지 김용 총재 스스로도 "나는 늘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했지, 무엇이 될지를 고민하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또 "만약 내가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내 지위를 지키기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순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주위에선 일보다는 지위에 목을 매는 사람들을 훨씬 더 자주 보게 됩니다. 한 나라의 장관으로, 국회의원으로 국민들을 위해 수행해야 할 업무보다는 그 자리에 보장되는 권세와 영화에 탐닉하는 경우를 훨씬 더 많이 보아 왔습니다. 살아서 세상을 위해 할 일보다 죽어서 묘비에 새길 직위를 위해 뛰어다니는 인생이 더 많아 보이는 세상입니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재임 기간 세계은행 총재라는 직위의 명성보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인간 김용'이 이루어낼 업적을 주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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