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경제TV 칼럼] 인근 카페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려고 들어갔더니 구석 한켠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카페에 들렀을 때도 노트북이나 책을 펼쳐놓고 저마다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카페는 누군가의 작업공간 혹은 도서관이 된지 오래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4%가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업무를 보는 코피스족이라고 한다. 코피스족이란 커피(Coffee)와 오피스(Office)가 결합된 신조어로 카페를 사무실처럼 활용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코피스족의 출현은 카페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던 여가문화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성인들을 위한 멀티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왜 집이나 사무실, 도서관이 하던 역할을 카페가 대신 수행하게 된 것일까?

카페를 성인이 일하고 공부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여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첫 번째는 무선인터넷의 영향이 크다. 인터넷과 노트북 사용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게 장시간 머무를 수 있으며,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카페는 매력적인 장소일 수밖에 없다. 5000원 안팎의 돈과 휴대폰, 무선인터넷이 되는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그야말로 쾌적하고 제법 멋지기까지 한 사무공간이 되는 법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카페들도 노트북 이용자를 위해 콘센트 설치를 2~3배 늘리고 있고 아예 노트북을 들고 오지 않아도 일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비치해 놓는 등 편의를 최대한 배려함으로써 코피스족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둘째는 카페가 지닌 중간적 성격, 직장과 집 사이에 있는 어중간한 장소라는 측면에서 기인한다. 집처럼 자유롭고 편안하면서도 직장처럼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중립지대인 것이다. '공'과 '사'의 중간에 있는 영역,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이런 어중간한 곳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면 집도 사무실도 아닌 중간적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존재해 적당한 긴장감을 주면서 자신을 통제하기에 좋은 조건이 된다. 게다가 카페에 흐르는 생동감과 개방적인 분위기는 사무실이라는 답답한 공간보다 열린 생각과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사무실이나 집에서는 시작하기 어려운 일도 카페에 가면 쉽게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업무와 자기계발의 공간으로 카페를 선호하는 이유는 '공동체 안에서의 고독(communal solitude)'의 욕구로 설명될 수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개인이 가족이나 마을의 공동체에 소속됐지만, 이제는 혼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외로움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타인과 함께 있고 싶어한다. 동시에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아무런 간섭과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대중으로부터의 소속감과 타인으로부터의 무관심이 공존하는 카페는 이를 잘 투영하고 있는 장소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5천원 안팎, 어른들은 밥값보다 비싼 커피라며 혀를 끌끌 차셨다. 하지만 5천원이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인터넷과 콘센트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업무도 회의도 할 수 있다.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혼자만의 시간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카페는 도서관이자 데이트 장소, 스터디 공간, 휴식공간이 되었다.

"브레인스토밍하고 싶을 땐 스타벅스에 가라"는 말이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의 조언이다. 그러나 카페의 환경이 모든 사람의 집중력을 높여주며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준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폐쇄적인 환경이든 자유로운 분위기이든 자신의 집중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내는 문제일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VC경영연구소 이은진 럼니스트

VC경영연구소 교수 및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HRD컨설팅 인사이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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