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경제TV] 쿡방의 시대가 가고 어느새 음악을 다룬 예능이 대세가 됐다. 2009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기폭제 역할을 한 2011년 MBC '나는 가수다' 이후 생명력을 이어온 음악예능은 올해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가열되는 분위기다. 지상파 방송사 및 케이블채널에서 방송 중인 음악예능은 줄잡아 10개가 넘는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SBS '판타스틱 듀오'와 MBC '복면가왕'은 일요일 오후 엇비슷한 시간대에 편성을 해 시청률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건 분명한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이 생겨도 될까'하는 의문도 들게끔 한다. 그렇다면 음악 프로그램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 걸까? 음악의 가장 큰 힘은 '공감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슬플 땐 슬픔 음악을 들어요'란 노랫말이 역설적이면서도 공감을 주는 건 현재 내 슬픔을 공감해주는 슬픈 음악이나 신나는 음악보다 기분 해소에 오히려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음악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못지않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특히나 요즘처럼 불황과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팍팍한 현실을 잠시 잊거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기엔 음악만 한 게 없다. 바로 이 공감의 힘 때문에 음악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세대 간의 장벽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음악 예능이 다른 예능에 비해 시청자 타겟이 젊은층과 중장년층으로 확연히 양분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음악은 어떤 세대에나 통하는 공감의 아이콘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가 꾸준히 선전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또한 시청자 참여와 인터렉션(interaction)을 내세우며 다양한 시도들을 선보이는 점 역시 흥미를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단순히 가수들의 무대를 지켜보며 음악을 듣기만 하던 시청자들이 패널과 함께 추리하고 참여하게 만들었다. 시청자와 밀당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사연과 노래에 초점을 두고 가수와 듀엣으로 노래하는 등 더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 각자의 사연은 감동을 자아내고 엄청난 노래실력은 '일반인이 어쩜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대학 입시에 떨어졌다며 의기소침하던 한 소녀 참가자는 출연을 계기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이처럼 실력은 출중하나 기회가 없었던 일반인에게 음악 예능은 좋은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경험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넘쳐나는 음악 예능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쿡방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잠식당했던 예능계를 지켜봤던 시청자들로선 비슷한 컨셉의 쏟아지는 음악 프로그램에 푸념도 여기저기 튀어나오고 있다. 금맥이라 하면 마구 달려들어 카피해버리는 중국 방송사처럼 국내 방송사도 그런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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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경영연구소 대표 정인호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는 경영학 박사 겸 경영평론가다. 현재 SERI CEO 전문강사, 한국표준협회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글로벌 기업 및 공기관 등 1000여 곳의 기업과 기관에 강의와 컨설팅을 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협상의 심리학',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다음은 없다', 'HRD 컨설팅 인사이트',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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