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 전문 학습지HANA 배정렬 대표. (사진=최윤정 기자)

[도쿄=내외경제TV] 최윤정 기자 = 일본에서 한국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한국어 학습지 [한국어저널]을 창간한 장본인이자 현재는 한국어 상급자를 타겟으로 한 한국어 학습지 [하나] 발행인으로 한국어 보급에 정열을 쏟고 있는 배정렬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Q한국어저녈이라는 그 유명한 잡지를 만드신 분을 직접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한국어저널의 기획에서 창간까지 깊게 관여하신걸로 알고있습니다. 한국어저널을 만드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 원래 전공이 영어인데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도 있어서 출판사에 취직후 영어권유학 가이드북,토플시험문제집 등을 만드는 영어부서에서 3년정도 근무했습니다. 개인차도 있겠지만 대개 편집부에서 3년정도 일하다보면 혼자서 책을 만들정도의 능력은 갖추게 됩니다.

저는 가이드북을 무크지 형식으로 만드는 일을 했는데 어느정도 실력이 갖춰지면 한사람이 완전히 책임을 지고 무크지를 한권 만드는 그런 시스템에서 쭉 그런 수업을 받아왔기때문에 어느정도 경험은 쌓여 있었고 마침 부서이동도 생각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전 직장은 원래 영어관련 출판사로 유명한곳이지만 중국어, 한국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각종 외국어 교재도 일부 출판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영어부서에 있을때 이미 중국어저널이 출판되기 시작했어요. 중국어저널도 처음에는 팔릴지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내에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그 부서의 스탭들이 합심해서 열심히 만든 결과 좋은 결과를 낸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전철안에서 중국어저널 회식을 끝낸 스탭들과 우연히 만났습니다.

회사에서 반대했던걸 성공시켰으니 다들 기분이 안좋을리가 없겠죠. 중국어저널 담당자가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국어저널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당시 회사내에서 한국어 부서는 저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었지만 순간 가능성은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어부서에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기획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작자체가 불가능하니까 기획서 준비부터 시작해서 반년정도 준비한 뒤, 2001년11월에 부서이동 후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해서 2002년 6월 창간호를 발행하게 됬죠. 그 당시만해도 회사측에서는 정기간행물로서 한국어 책이 팔릴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다들 반신반의 했지만, 서점영업부원들만은 일본에서 한국어 학습열풍이 곧 불거라고 응원해줬습니다. 물론 기획회의에서는 한국어교재는 많이 팔려봤자 2.3000부정도일거다..라고 사장님이 반대하셨죠. 결국은 결론이 나지 않자 1호만 만들어보고 적자가 나면 바로 프로젝트를 접는 조건으로 시작하게 됬습니다.

Q정말 드라마틱한 이야기네요. 2002년 6월 창간호는 정말 평생 잊지못하시겠어요

: 1호만 만들어보라고 허락을 받은게 2002년 1,2월쯤이었으니까 그 후 4개월동안 준비했습니다. 적자를 내면 바로 끝이니까 필사적이었죠. 당시에는 한국어책을 만들 수 있는 편집자가 외부에도 없어서 먼저 사람찾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편집뿐만 아니라 인쇄조판은 DTP가 주류이던 시절이었지만 일본어와 한국어를 공존시키는 조판기술이 그 당시에는 없었어요. 때마침 그때 처음 PDF포맷이 나오기 시작해서. PDF라면 한국어를 화상으로 출력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인쇄소에 제안을 했더니 그 중 한군데가 기술자를 데려와서 가능할것 같다고 한번 해보자고 해서 그 인쇄소랑 일하게 됬고 결국 10년간 계속 그곳과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PDF 레이아웃을 소화할 수 있는건 당시 Indesign 프로그램이 유일했지만, Indesign을 사용해서 책을 만드는 조건이 형성이 안되있어서 포맷을 만드는 작업도 직접 다 했습니다. 인건비도 절약해야 되니까 매일 아침에 집에 들어가는 일상의 연속이었어요.

Q당시 파격적으로 어학지에 연예인을 표지로 쓰는 노선을 채택하신걸로 기억합니다: 한국어 하면 고추그림,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한국의 새로운 모습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성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연예인을 표지로 쓴 이유입니다. 당시 한일합작 드라마 [프렌즈]로 원빈씨가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일본 프러덕션에 연락했더니 윤손하씨를 소개해줬습니다. 그래서 창간호는 윤손하씨가 모델이 됬죠.

Q한국어저널이 공전의 힛트를 기록해서 정말 기쁘셨겠습니다.

:사실 뚜껑을 열어보기전에는 전혀 예상을 못했고 솔직히 자신도 없었는데 책이 나오자마자 일주일만에 증판이 결정되고 서점마다 품절이 되는등 반응이 금방 오더군요. 물론 선전부가 많이 도와준 덕이 크다고 생각합니다만 그정도로 한국을 알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Q새로운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선것은 아닐까요?

:독자엽서도 많이 돌아와서 덕분에 많은것을 알게됬습니다. 의외로 한국친구가 있다거나 이미 한국어를 쓸 상대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예를들어 미국유학에서 만난 친구가 한국인인데 다음에 만날때는 서로의 언어로 얘기하자고 약속했다거나 편의점에서 복사기 사용법을 몰라 헤매는 젊은이를 도와줬는데 한국사람이어서 친구가 된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됬다…등등

Q김대중정부의 일본문화개방 선언전후로 일본에 한국유학생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이유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월드컵 직전이었다는 점도 좋은 타이밍이었던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하는 경기를 직접 보러갈 수는 없지만 공동으로 개최하는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더 알아보자..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점이 크다고 봅니다. 드라마[프렌즈]도 그런 영향으로 여고생들이 많아 봤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Q한국어저널에서 지금의 하나에 이르게 된 경위를 알려주세요.

:한국어저널은 약 3년반정도 17호까지 만들었는데 제가 2년 반 정도 편집장을 맡아서 제작했고 회사를 그만 둔 후에도 1년정도 외부편집자로 관여하면서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처음에는 편집하청도 받으면서 출판사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계속 하고 있었죠. 한국어저널 자체는44호까지7,8년 계속되다가 2010년 3월 휴간 됬습니다. 한국어저널을 의지했던 학습자들은 많았지만 아마 다시 복간되진 않을것 같습니다.

Q기존 한국어저널의 학습자들의 기대와 의지를 지금의 하나가 이어가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국어 저널도 당시 제 부하였던 친구들이 열심히 이어해왔는데 회사의 방침으로 휴간이 되서 아쉬웠습니다. 그 친구들이 따로 스폰서를 찾아해서 계속 하려나 했는데 그렇게 되지도 않았고 이름만 사겠다는 곳도 있었던걸로 아는데 결국 1년간 아무런 진전이 없어서 그럼 우리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Q잡지 이름도 하나이고 회사이름도 하나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만일 한국어저널이라는 기존 타이틀을 쓸 수 있었다면 썼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회사를 그만 둔 이후로는 제 자신 안에서 정을 뗐던 게 사실입니다. 한국어저널이라는 이름을 빌려쓰면 힘들게 영업할 필요도 없고 한국어저널의 기존 팬들도 다시 돌아는 오겠지만 그 이름에 별로 집착이 없었기때문에 기왕 하는거 처음부터 해보자고 생각했고, 잡지이름은 스탭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서 지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이름이랑 겹쳐서 헛갈리니까 저는 반대했었는데 하나부터 시작한다라는 의미, 한국어의 [하나]라는 의미에서 따 왔습니다. 한국어 전문출판사이니까 잡지명에 한국어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저희는 잡지코드를 쓰지 않고 단행본으로 출판하는데, 그 이유는 잡지는 다음호가 나오면 과월호는 다 폐기처분됩니다.

저희가 만드는 책은 그런 취급을 당하지 않고 서점이나 고객의 책장에 오랫동안 꽃혀있으면 좋겠습니다. 잡지로 가면 광고수익을 기대할 수 는 있겠지만 한국어관련분야는 어차피 많은 광고가 모이는 분야도 아니고 광고로 수익을 낸다는 것은 이미 낡은 발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잡지가 아닌 단행본으로 2개월에 한번씩 출판하고 있고 어학잡지분야에서 보면 [하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안정이 되서 4월에 7호가 출간될 예정입니다.

Q지금의 하나는 사이즈가 작고 귀여운데요.

:제가 편집장이었을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실천에 옮긴거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이 사이즈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책의 사이즈 뿐만 아니라 무언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바꾸서 전혀 다른것을 하는데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용기가 없으면 새로운 발전도 없겠죠. 하나는 처음부터 시작하는 입장으로 되돌아가서 시도한 결과입니다.

한국어저널은 연예인을 표지로 쓰고 새로운 한국어 학습 스타일을 제공했다면 지금의 하나는 오히려 독자들이 한국에 대해서 더 잘 알고있으니까 문화소개등의 제반부분은 생략하고 어학부분에 집중하는걸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좋은 컨텐츠만 넣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죠. 2014년 4월 창간해서 특집 이외에는 담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Q하나 이외에도 많은 책을 만들고 계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 이것저것 많이 하지만 기본은 한국어 학습서입니다. 저희회사가 다른곳보다 더 잘 할 수 있는건 한국어 학습서라고 자부하고있고 출판업계에서도 [하나]는 한국어분야 에서는 1,2위를 다투는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어 입문서를 만드는 곳은 많지만 저희의 목표는 한국어를 더 깊게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교재를 만드는것이고 그게 바로 [하나]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콘텐츠를 담는 것입니다. 미디어로서 [하나]를 중심으로 한국어학습자나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어우러져 건전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중심에 [하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자들의 스타일도 많이 바꼈습니다. 예전에는 이게 좋으니까 읽어보세요, 가보세요 이런 식으로 알고있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한테 알려주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편집부가 독자들에게 다가가서 공감과 참가를 유도하거나 독자들이 알고있는 정보중에 소개할 만한 것을 픽업한다던지 그런 어프로치를 하고 있습니다.

Q한국어저널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하나까지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가장 큰 변화는 무엇입니까?

:무엇보다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동안 인재들이 자랐다는 점입니다. 한국어를 배워오던 친구들이 실력을 쌓아서 10년전이랑은 비교가 안될정도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예전과 달리 일을 잘하는 인재들이 많아졌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요. 주위에 한국과 관련된 일 잘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졌다는 점이 기쁩니다.

Q올해는 한일수교50주년이라는 기념적인 한해라고 할 수 있는데 뭔가 특별한 계획은 없으신가요?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일상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이에 저희 독자만 보더라도 지금 양국의 분위기는 별로 안좋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들도 계시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진실을 알고자 노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진실을 알고 싶어합니다.

최근의 독자엽서를 보더라도 역사를 바로 알고싶다, 있는 그대로를 알려달라..이런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과 접하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그런 접점과 교류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문제의식이 생겨나는 것이겠죠. 진실을 알고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Q말씀을 들으니 저도 제가 알고있는 사실이 진실인지 다시 되돌아보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과론으로 들릴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재일교포로 자라서 잘됬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한국인,일본인들과 같은감각으로 살아갈 수도 있고, 때로는 관찰자,즉 제3자가 될 수 도 있고, 때로는 그들 안으로 들어갈 수 도 있다는 점입니다. 한,일 양쪽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최적화된 입장이 아닐까요. 한국은 이렇게 말하고 일본은 이렇게 말하고…양쪽 다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는 말들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한 발 물러 선 입장에서 양측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한가지는 국가에 종속 또는 국가에 집착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입장, 그런 조건 취할 수다는 점이 재일교포의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일 인터넷상에서는 국가대 국가의 대립구도같은 문제로 시끄럽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문제로부터 한발 물러나 자유로와 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보통 대다수의 사람들은 국가, 국적이라는 아이덴티티의 문제로 고민들을 하죠. 저는 거기서 한발 내디디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재일교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내 자신이 국가를 정할 수 있다는 점. 한국에 살 권리도 있고 일본에 살 권리도 있으니 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는 인간과 국가는 그런 관계가 되지 않을까요. 국가가 개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나라를 선택하는..대표적으로 동계올림픽에 쇼트트랙 러시아 대표로 출전했던 안현수 선수가 그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의 국가에서 자아실현이 안된다면 개인이 자아실현이 가능한 나라를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라고 생각합니다.

Q마지막으로 본인을 제3자라고 보신다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시는 한일간의 특징이나 장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국가와 민족간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사람마다 다르다, 즉 모든것은 [개인차]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하나둘씩 얘기하다보면 끝이 없겠지만..일본에서는 못 느끼는 부분으로 굳이 하나를 꼽자면 한국에서는 실무자간에 서로 얘기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유연성을 뽑고 싶습니다. 저도 계획성이 부족해서 역시 한국핏줄인가라는 생각은 가끔 듭니다만 "어떻게든 하면 된다" 라는 부분은 저도 가끔 일본에서 이용하지만 한국,한국인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오늘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한국어 상급학습자들을 위한 좋은 책을 많이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배정렬 대표 프로필:

도서출판 아르크에서 2002년 6월 한국어저널 창간 후 2년여간 편집장 역임 후 독립, 주식회사 HANA설립. 2014년부터 한국어 상급자를 위한 한국어 학습서 HANA간행. 2015년 4월 제7호 출간예정.

chois615@nb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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