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시대 첫 발 내딛은 임정혁 제40대 법무연수원장

▲임정혁 제40대 법무연수원장 / 사진=송기윤 기자

[진천=내외경제TV] 송기윤 기자 = 굳게 다문 입술과 또렷한 눈매, 웃을 때 보이는 인자한 미소. 업무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에서는 일말의 틈도 없지만, 속은 소탈하고 넓은 성품인 임정혁 신임 법무연수원장(59세·사법연수원 16기)의 첫인상이다.

임 원장 "법무연수원, 실용적인 교육과 연구 제공할 것"


"한국의 법 제도와 법무 교육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법무 한류'다. 우리 연수원은 법무 한류를 이끌어가는 법무부 공무원들이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실제 업무상황에서 도움 되는 실용적인 교육을 제공해 나가겠다"

24일 진천혁신도시의 새 법무연수원에서 만난 임 연수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외에 모범을 보이는 법무부 공무원을 양성하기 위한 법무연수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임 원장은 "외부에서 흔히 '연수원'이라고 하면 쉰다, 논다, 시간을 때운다는 인식들이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차장검사, 서울고검장 등 검찰내 요직을 두루 거쳐온 임 원장은 특히 공무원의 자세와 법무연수원의 역할에 대해 큰 관심을 표했다.

임 원장은 "쉰다는 말은 공무원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연수원은 쉰다기보다는 뭔가 얻어가는 교육, 실용적인 연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임 원장이 취임한 이후 법무연수원은 '음악의 이해'처럼 실무와 거리가 먼 교육과정이나 일과를 과감히 배제하고, 실제 업무에 사용될 수 있는 교육과 건강한 공직관을 형성할 수 있는 과정들을 새로이 도입하고 있다.

임 원장은 "공직관이나 애국심은 '나라를 사랑하자'와 같은 구호로는 고취시키기 어렵다"며 공허한 구호보다는 객관적인 사료나 자료를 통해 연수생들 스스로가 대한민국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봉사한다'는 단어로 '갑·을' 관계 형성되는 것 경계

이날 임 원장은 연수생들의 봉사활동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20여년 전부터 '사랑나누기회 행복의 섬' 등 여러 봉사활동단체에 참여해 물질이 아닌 땀과 노력으로 피봉사자들과 온정을 나눠온 임 원장은 "사회적 약자 수용시설을 방문했던 기존의 봉사활동은 많은 연수생들이 몰려가서 마치 동물원 구경하듯 시간만 떼우고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은 봉사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원장은 또 '봉사활동을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되면, 진정한 봉사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갑과 도움을 받는 을의 갑을관계가 형성된다며, 이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전날 연수생들의 봉사활동 시간에 연수생들과 함께 새 법무연수원 주변 환경미화에 나섰던 임 원장은 "청소부 아주머니 아저씨들께서 연수생들에게 너무 감사해하셨다"며 "우리 연수원을 찾는 연수생들이 우리 주변에서 남 모르게 고생하시는 분들을 돕고, 이런 활동을 통해 봉사의 의미와 진심어린 감사의 뿌듯함을 느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정혁 법무연수원장은 24일 "중저개발국 고위 공무원들이 법무연수원을 자주 찾는다"면서 "법무연수원을 방문하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열정에 감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사진=송기윤 기자

법무 한류의 시대, 한국의 법무연수원 찾는 저개발국

최근 볼리비아·콜롬비아 같은 중저개발국 고위 공무원들이 한국의 법무연수원을 자주 찾는다고 언급한 임 원장은 한국의 법 제도와 법무 교육에 이른바 '법무 한류'가 불고 있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의 법 제도와 법무 교육 시스템이 선진적인 것으로 세계에 알려져 있다. 이들(저개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영국같은 주요 선진국보다 한국의 제도와 발전상을 더 궁금해한다"면서

"서구 주요 국가들은 과거 식민지 수탈로 부를 축적해 오래 전부터 우월적 지위를 유지한 반면, 한국은 식민지배와 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한국이 어떤 방법, 어떤 제도를 가지고 있길래 저토록 잘 살게 됐는가 궁금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 중에도 임 원장 집무실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볼리비아에서 한국을 찾은 고위공직자들이 강의실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종종 잡혀, 임 원장의 '법무 한류'발언에 힘을 보탰다.

임 원장은 "해외에서 온 연수생들은 교육 일정이 다 끝난 뒤에도 서로 모여서 토론을 벌인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제도와 우리 연수원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애국심과 열정에 감복하기도 한다"면서 "이들의 모습과 '법무 한류'는 초심을 떠올리게 하는 좋은 자극제"라고 말했다.

▲임정혁 법무연수원장은 24일 "인근 전문기관과의 협업으로 법무연수원 교육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 사진=송기윤 기자

임 원장 "연수생의 능력개발뿐만 아니라 한국의 법제와 법무,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

한편 임 원장은 새 법무연수원의 본격적인 개원을 앞두고 "새로운 법무연수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새로운 시작을 누차 강조했다.

특히 기존에 법무연수원이나 법무부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는 '딱딱함' '권위적'이라는 인식을 부드럽게 순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임 원장은 "지역 주민, 방문객들에게 새 법무연수원 시설을 순차적으로 개방해 국민에게 가까이 가는 법무연수원이 되겠다. 나아가서는 초중고교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위한 공간으로도 법무연수원이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천혁신도시 주변으로 많은 기관들이 이전해 오는 만큼, 이들 전문기관과 협력해 법무연수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라는 임 원장은 "예를 들어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과 협력하면 교육생들의 체육·정보통신 교육의 전문성을 더 향상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법무연수원장으로서 새 법무연수원이 연수생의 능력개발뿐만 아니라 한국의 법제·법무 발전에도 기여토록 하겠다는 임정혁 원장.

법무연수원의 원훈인 '선진 법무인재의 요람, 국민과 함께 세계로 미래로'를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향후 법무공무원들의 업무 능력을 더끌어올릴 수 있도록 보다 실용적인 교육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인터뷰를 마치는 기자에게 임 원장은 "한국의 법 제도와 법무 교육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법무 한류'다. 법무 한류를 이끌어가는 법무부 공무원들이 국민과 세계에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우리 연수원은 공무원들의 공직관을 확립시키고, 실제 업무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교육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iamsong@nbnnews.co.kr

제40대 임정혁 법무연수원장 프로필

△서울(59) △중앙고 △서울대(법대) △사법시험 26회(사법연수원 16기)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영월지청장 △서울지검 부부장 △대구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공안3과장 △대검찰청 공안2과장 △부산지검 형사2부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사법연수원 교수 △포항지청장 △울산지검 차장 △성남지청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구고검 차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고검장 △대검찰청 차장 △제40대 법무연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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