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의 신속한 대처로 위기모면, 경기장 의료체계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

▲ MBC 스포츠

2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서 열린 2013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서울과 부산의 경기에서 위험천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측면 사이드를 파고들던 차두리(33)의 크로스를 서울 공격수 몰리나(33)와 부산 수비수 김응진(26)이 경합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졌고 왼쪽 관자놀이를 직접 부딪힌 몰리나 쪽이 더 큰 충격으로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며 이내 의식을 잃은 충격적인 모습이 그대로 중계화면에 잡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시작 2분만에 벌어진 일이다.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동료 선수인 서울 데얀(32)을 비롯한 부산 선수들까지 달려들어 의식을 잃은 몰리나를 일으켜 세우며 응급처치를 하는데 여념이 없었고 양팀 코칭스텝은 물론 경기장의 관중들까지 심각하게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다행히 부산과 서울의 팀의료진이 긴급히 투입되어 기도로 혀가 말려들어가는 등 의식을 잃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급상황을 잘 대처해 약 4분후 의식을 회복한 몰리나가 직접 일어나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등 정말 아찔했던 상황이 신속하고 지혜로운 초기대처로 최악의 상황 만큼은 면하게 되었다.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그야말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특히 경기를 관전하던 몰리나의 아내와 아이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주시하다 이내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많은 팬들은 두 사람을 떠올렸을 것이다. 바로 전 제주유나이티드 선수 신영록(26)과 프로야구 선수 故 임수혁이다.


두 선수 모두 경기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프로선수로 많이 알려져 있다. 임수혁 선수의 경우는 미흡한 초기대처로 인해 뇌사상태로 십년간을 투병하다 아쉬운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지난 2011년에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대구FC간 경기에서 제주 신영록 선수가 심장 이상증세로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당시에도 불행 중 다행으로 그라운드 위에서 상대 선수의 신속한 대처로 위급상황을 모면, 50여일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사고의 후유증으로 선수생활은 물론 현재까지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임 선수 사고 이후로 경기중 발생하는 위급상황에 대한 대처 부분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고란 언제 어떤식으로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만큼 위와 같은 사건이 재발했을 경우 위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훌륭한 초기대처가 더 큰 위험을 막았다. 특히 같은 소속팀 FC서울 선수진과 의무팀은 물론 상대팀인 부산 선수들과 의료진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선수의 위험을 조기에 대처한 점이 빛났다.


반면 이런 사건을 몇 차례나 겪었음에도 아쉬운 부분도 여전히 존재했다. 늘 그렇듯 주변 선수들과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대처는 상당히 신속했지만, 경기장 밖에서 대기중이던 응급차 투입이 지연되거나, 제대로된 전문 의료인력이 부족한 부분이 그랬다.


의료차량의 경우에는 1분1초가 긴박한 상황에서 무슨 영문인지 코앞의 경기장 까지 진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지체했으며 이를 보다 못한 부산 서포터즈들까지 나서 확성기로 의료차량의 신속한 진입을 촉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분명 이유야 있었겠지만, 의식을 잃고 그라운드 위에 쓰러진 선수를 방치시킬 만큼 큰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며, 선수가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해서 망정이었지 계속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이 지속되었다면 정말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제대로된 의료 인력도 부족해 양 팀 의료 스텝들이 직접 달려가 상황을 해결하고 있음에도 경기장내 어떤 전문 의료 인력도 등장하지 않은 점 또한 문제였다.


두 차례나 안타까운 사고를 겪고도 많은 부분을 개선했다는 말만 되풀이 될 뿐, 후진적인 경기장내 의료체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다른 운동경기가 모두 마찬가지지만 특히 축구같이 몸으로 부딪히고 선수간 격렬한 몸싸움이 동반되는 경기의 경우에는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축구협회와 연맹이 모두 합심하여 다시 한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세우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도 몰리나는 경기직후 CT검사등 정밀 진단결과 큰 이상이 없다고 판명되어 많은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을 안심시켰다.


경기의 흥행이나 승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기장내 선수의 안전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장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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