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연맹 "담뱃값 2000원 인상시 부가세 앞질러"

[서울=내외경제TV] 남정호 기자 = 술이나 담배, 자동차 등 특정 재화의 소비자로부터 걷는 이른바 '죄악세(Sin Tax)' 비중이 국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와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한국납세자연맹이 국세통계연보와 사행성감독위원회, 자동차공업협회 등을 통해 집계한 지난 2012년도 죄악세 총 세수는 국민건강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을 포함해 55조 2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죄악세는 술이나 담배, 도박, 화석연료 등과 같이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외부불경제)을 주는 물품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을 뜻한다.

세부적으로 담뱃세가 6조 9000억 원으로 단일 품목에 대한 세수로는 가장 많았고, 경마나 경륜, 복권 등 사행산업계로부터 걷은 세금이 5조 4000억 원, 주류로부터 걷은 세금이 4조 400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또한, 자동차를 구매해 등록·보유하면서 운행하는 전 과정을 통틀어 2012년 한 해 동안 낸 세금을 모두 합친 액수는 38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납세자연맹에 의하면 2012년 국세 총수입(203조 원) 중 부가가치세가 1위(55조 7000억 원), 법인세(45조 9000억 원)가 2위, 소득세(45조 8000억 원)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납세자연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당초 정부 원안대로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 증세액이 2조 8000억 원에 이른다"며, "이 금액을 더하면 죄악세 세수가 58조 원으로 부가가치세를 앞지르고 전체 세수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죄악세의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와는 대조적으로 이자·배당소득, 부동산임대소득 등의 자본소득에 대한 세수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맹이 집계한 바에 의하면, 2012년 한 해 이자·배당소득세 8조 4000억 원, 재산세 9조 6000억 원, 양도소득세 8조 3000억 원, 상속증여세 4조 원, 종합부동산세 1조 3000억 원, 부동산 임대소득세 1조 2000억 원 등을 모두 32조 8000억 원에 불과했다.

죄악세에 자동차의 모든 단계 세금이 포함된 점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동산 취득세(15조 2000억 원), 증권거래세 3조 7000억 원 등을 모두 자본소득세에 합쳐도 51조 7000억 원으로 죄악세 전체 세수에 못 미쳤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최근 한국처럼 죄악세 비중을 높이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금이 소득재분배 기능을 통해 계층 간 불평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차상위계층과 서민복지가 미흡한 상태에서 죄악세 세수증가는 서민의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소득불평등도 해소를 위해서는 죄악세 세수를 줄이고 자본소득에 대한 세수를 늘이는 쪽으로 조세체계를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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