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기 자동차 성장세, 독일 경제에 먹구름
등록일 : 2020-01-13 15:01 | 최종 승인 : 2020-01-13 15:02
김한성
전기 자동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현상 자체가 바뀔 수 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내외경제=김한성] 오랫동안 산업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가 기술 혁신의 전기 자동차 등장에 휘청거리고 있다. 

독일의 외링겐 역시 최근 이러한 어려움에 처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외링겐은 그동안 2.3%대의 낮은 실업률로 살기 좋은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식당과 양로원, 학교 등은 인력이 부족해 채용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으며, 시당국은 새로운 중등학교 및 병원 건설에 세수를 사용하며 풍족한 정책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같은 외링겐의 풍요로운 삶에도 어느덧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있다.

잘 나가던 외링겐에 짙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이유는 바로 2020년 말까지 공기 필터를 제조하던 공장이 문을 닫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하룻밤 사이에 240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린다는 의미다.

슈투트가르트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말레가 소유한 이 공장은, 자동차 산업의 거스를 수 없는 변화에 직면한 상황으로, 이는 그동안 독일 경제를 이끌었던 기반을 위협하게 될 수 있다.

요르그 스트라트만 말레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혁신은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하는 거대한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는 감소 추세다. 이에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많은 인력과 부품 없이도 조립하기 간편한 자율주행 및 전기 자동차 등의 신기술에 수 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계속 감소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많은 인력과 부품 없이도 조립이 간편한 자율주행이나 전기차 등 신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다임러나 아우디 등의 다국적 자동차 업체와 콘티넨탈, 보쉬같은 부품업체들은 이미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으며, 이는 비단 독일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는 현상이다.

자동차 기술의 붕괴 현상은 GM 노동자들이 최근 파업을 결정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GM이 전기 자동차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직원 충원은 유연하게 운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83만 5000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이같은 독일 내 자동차 산업의 깊숙한 내부에서는 다른 경기 순환보다 더 혁신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전기 자동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현상 자체가 아예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독일에 장기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 자동차의 인기는 그동안 100년간 유지했던 내연 기관과 변속기 분야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대개 자체적으로 모터를 생산해왔지만, 전기 자동차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럽의 거의 모든 배터리 셀이 아시아에서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 자동차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로 볼때 아직 미미하지만, 성장률은  빠른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JATO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으로 유럽 내 배터리로 구동되는 자동차 및 하이브리드가 신차 등록의 거의 10%를 차지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침체된 유럽 시장에서 이같은 유형의 판매가 전년보다 40%나 증가한 것이다. 자동차 조사기관 LMC 오토모티브의 자료에서는 미국 내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4% 미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연 기관 부품을 만드는 수백 여곳의 공급업체들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디젤과 가솔린 모터의 공기 흐름 조절 장비를 제조하는 외링겐의 공장 역시 이들 가운데 한 곳이다.

독일 자동차공업협회장 베른하르트 매테스 역시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 추세는 더 적은 부품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고용 감축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전기차 전환 추세에 따라 2030년까지 독일 내 약 7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같은 일자리 감소가 자동차 관련 중소 제조업체들이 소재한 외링겐 같은 지역 사회에서는 체감적으로 가장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반경 40마일 내에서 아우디, 포르쉐, 다임러 소유의 공장이 들어서있다.

또 판매가 부진하거나 감소하는 상황을 맞는 거대 자동차 기업들은 추가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길 수도 있다. 게다가 가격을 낮추는 것은 물론, 이전에 외주업체에 넘겼던 일들을 다시 가져갈 수 있다.

통계 온라인 플랫폼 오토북에 따르면 독일 내 2016년 및 2017년 자동차 판매량은 각각 335만 2000대, 345만 7000대였다. 이 2년 기간 동안 판매된 상용차량은 각각 29만 6000대, 30만 6000대였다.

반면 독일에서 생산된 승용차는 2014년 592만 8000대에서 2015년 606만 5000대, 2016년 605만 9000대, 2017년 610만 3000대로 나타났다.

다만 틸로 미히라 외링겐 시장은 지역 경제가 충분히 다양하다며, 곧 공장의 폐쇄로부터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구 2만 5000명의 이 도시는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5리터 맥주통 제조업체인 후버 패키징 같은 다른 중소기업들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지금속노조 관계자인 루디게르 브레시엔은 폐쇄된 공장의 노동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는다 하더라도, 고용 보장이 되지 않는 임시직이거나 급여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