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엑소더스 현실화되나? 불확실한 미래에 나라 떠나고픈 홍콩인들
등록일 : 2020-01-10 16:05 | 최종 승인 : 2020-01-10 16:05
김성한
많은 홍콩인이 떠날 결심을 하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내외경제=김성한 ] 중국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과 중국의 보다 강경한 억압 정책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많은 홍콩인이 나라를 떠날 결심을 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는 이반 램(24)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갈등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다"며 "홍콩의 미래도 나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램이 근무하는 오피스 타워 바로 외곽 거리에 비치된 폭동 진압 경찰관들은 불확실한 홍콩 미래를 보여주는 첫 신호다. 경찰들이 중국에 대항하며 항의하는 시위자들을 때리는 행위는 이미 TV 뉴스를 통해 고스란히 중계됐다. 많은 뉴스와 신문들은 중국 공산당의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권력을 낱낱이 보도하지만, 시위대는 여전히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램은 당분간 홍콩을 떠날 생각은 없지만, 그동안 돈을 절약했다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기가 오면 사랑했던 고국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수 개월간 이어진 정치적 불안정이 부와 매력의 도시였던 홍콩을 환멸과 의심의 장소로 뒤바꿨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화적인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한 지는 이미 오래됐으며, 경제 또한 둔화 상태다. 중국 지도자 역시 이참에 홍콩의 자유를 제한하고 더욱 권위적인 지배하에 놓으려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은 홍콩 내 700만 거주민의 일상생활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집을 사거나 자녀를 가지려는 계획도 보류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가족과 친구 사이의 관계도 긴장되거나 붕괴되고 있다.

홍콩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 그리고 중국 정부의 위협은 불확실한 미래를 드리운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다른 곳으로 이주할 여유가 있거나 선택권을 가진 사람들은 지금이 홍콩을 영구적으로 떠나야 하는 적시인지를 고려한다.

이벤트 매니저이자 독일에 정착할 계획이 있는 베시 찬(45)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다시 되찾았을 때 영국에서 유학 중이었다. 이후 일자리를 찾기 위해 홍콩으로 돌아온 후에는, 중국에 주권이 반환됐어도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 머물기로 다. 그러나 현재는 생각이 달라졌다. 친척이 직장을 구한 독일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아직 미혼이지만, 부모님은 찬과 다시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보다는 딸이 홍콩을 떠날 것이란 사실에 더욱 기뻐한다. 찬은 이미 16살 된 조카에게 홍콩에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폴 입 홍콩대 교수는 이와 관련, 사람들이 홍콩을 떠나는 주된 이유는 재정적 문제가 아니라 홍콩이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적절한 장소인지 파악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인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고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수치화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는 없다. 그러나 조짐은 분명하다. 시위가 시작된 이래로 시민권 변경에 필요한 자격 신청 건수가 4분의 3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민 컨설턴트는 쇄도하는 정보 요청에 시달리고 있으며, 다른 국가의 시민권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전단지 역시 고급 아파트 내 로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제 예측 온라인 플랫폼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9월 3.2% 감소했다. 같은 해 11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금리는 각각 3.2%, 3%, 2%를 기록했다. 11월 무역적자는 2만 6,168홍콩달러, 9월 경상수지는 7만 4,445홍콩달러였다.

홍콩에 남아 자유를 위해 싸우려는 이들도 물론 존재한다. 사업가 에드워드 수엔(42)은 친구들, 특히 자녀를 둔 이들에게 "여유가 있다면 떠나라"고 조언하지만, 정작 자신은 홍콩에 머물면서 시위를 지지하겠다고 공헌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 6월 홍콩의 첫 거리 행진에 참여한 후 급진화됐다. 당시 주최 측은 약 10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수엔은 그 후로 주말마다 시위대에 합류해 시위대 사이를 오가는 교통 상황을 조정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변호사인 게리 펑(59) 역시 홍콩에 머물기로 했다. 그는 경찰이 시위자들을 폭행한 행위에 충격을 받은 후 시위에 합류했다. 그의 꿈은 홍콩의 법적 자치권을 유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