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베네수엘라 아동, 영양실조·질병 사망 속출...美 제재와 갈곳잃은 마두로 정권의 '합작품'
등록일 : 2019-11-27 16:00 | 최종 승인 : 2019-11-27 16:14
이성재
베네수엘라 아동의 영양실조 및 질병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내외경제=이성재]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국가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이제는 아동의 영양실조와 질병 사망으로 인해 더 큰 고통을 안고 있다. 

여기에는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행정부의 정책과 베네수엘라의 목을 점점 죄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이 크다.

8개월 된 아이 다이샤의 비극

이제 생후 8개월된 다이샤 역시 처참한 고통속에 처한 아이 가운데 한 명이다. 다이샤 가족은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인 라돌로리타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가족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다이샤를 위해 병원들을 방문했지만 모두 다 거절당했다. 그 이유는 병원 내 침대와 의료용품, 그리고 의료진들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

다행히도 한 곳의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의료 기록조차 쓸 종이도 없어 결국 엄마인 다니엘라 세라노가 직접 빈 종이를 공수해와야 했다.  다이샤는 검사를 받은 후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후 얼마되지 않아 사망했다. 당시 세라노는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911을 불렀지만, 도착하는데는 11시간이나 걸렸다. 응급차가 한 일은 이미 죽어있는 다이샤의 시체를 수거한 것 뿐이다.

마두로 정권에 가해지는 제재와 별개로 국민들의 고통을 개선할 수 있는 방책이 필요하다(사진=플리커) 

 

 

죽음과 씨름하는 실가도 아이들

다이샤의 사례는 그러나 현재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반적인 풍경이다. 세라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엘리시스 실가도 역시,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는 두 자녀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먼저 5살인 알래스카는 심각한 영양실조로 인해 체중이 12kg도 채 되지 않으며, 동생인 3살 제이코 역시 감염으로 인해 지난 10월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실가도 역시 부족한 침대와 의료 시설로 인해 무려 4곳의 병원에서 거절을 당했는데, 이들 모두 더럽고 물과 전기가 부족한 상태였다. 현재 두 아이는 회복 단계에 있지만, 실가도는 알래스카를 더 이상 병원에 데려갈 수 없어 곧 사망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실가도는 당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병원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처참한 상황은 자연스럽게 마두로 정권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빈민가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이전의 휴고 차베스에게는 열렬한 지지를 보냈지만, 이후의 마두로 정권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

마두로는 한때는 번창했던 석유부국을 이제는 전국민을 대량 기아로 몰아넣는 파국으로 변질시켰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마두로 정권과 미 제재

마두로를 축출하려는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의 노력은 현재 탄력을 잃은 상태지만, 과이도의 노력이 없이도 마두로 정권은 곧 그 끝을 보게 될 전망이다. 마두로에 대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과이도는 미국의 제재가 자국의 인도주의 위기를 악화시켰다고는 인정하면서도, 제재가 동시에 마두로의 권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악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제재를 통해 마두로 정권을 축출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같은 의견 역시 논란을 일으킨다.

현재 국민이 당하고 있는 고통이 크기 때문으로, 제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는 것이 더욱 현명할 것이라는 견해를 가진 이들도 많다. 가령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등 여러 방책을 통해 국민의 삶을 먼저 개선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베네수엘라의 현지 저널리스트 프란시스코 토로는 이와 관련해, 현재 자국이 겪고 있는 역경을 바다 위에 떠있는 구명 부표를 잡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익사 직전의 남성으로 비유했다. 

이 형국에서 트럼프는 남성이 원하는 것을 주는 대신, 망치를 던져 남성을 더 빨리 가라앉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망치는 남성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마두로 대통령이 한때는 번창했던 석유부국을, 이제는 전국민을 대량 기아로 몰아넣는 파국으로 변질시켰다고 지적한다. 이에 말라리아를 비롯한 디프테리아 및 홍역의 발병은 증가하고 있으며, 2008년 이후로 유아 사망률도 두 배로 증가했다. 

의약품에 사용돼야 할 자금은 군 장교의 충성도를 실험하는 용도로 쓰여지고 있으며, 이제는 해외의 인도주의적 원조까지 거부하면서 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마두로를 정권에서 축출하려는 촉매제였던 제재는 국민의 고통 유발 요소가 됐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베네수엘라의 세수는 약 481만 달러였다. 같은 해 소득 및 이익,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은 113만 달러, 재산세는 1만 달러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