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학 칼럼-금적스님] 진드기와 병은 왜 존재할까
스테로이드, 아니 아니 아니되오
등록일 : 2018-02-06 06:51 | 최종 승인 : 2018-02-06 06:51
금적스님

[내외경제=금적스님 ]


[내외경제TV 칼럼] 3년쯤 전에 도각사 텃밭에 지저분한 이불 보따리가 하나 나타났습니다. 이 움직이는 보따리는 유랑생활을 하던 삽살개로 밝혀졌습니다. 이 삽사리가 유랑생활을 접고 절에 들어와서 떠나지 않으니 스님들은 유기견 입양 절차를 밟고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엉켜서 이불 보따리처럼 보이던 털을 정리한 삽사리는 '무량(無量)' 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무량이는 스스로 절에 들어온 개답게 차분하고 참을성이 많습니다. 절에 머물게 된 무량이는 절 주변의 산과 들을 자유롭게 돌아다녔고, 이로 인해 도각사 스님들은 세상에 수많은 진드기가 개를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드기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무량이의 피를 빨아 좁쌀알보다 작았던 녀석이 콩알만큼 커집니다. 수십 마리를 잡아주어도 무량이는 풀어 놓으면 금방 진드기 투성이가 되어 돌아옵니다.

진드기가 나타나는 5월부터는 목줄을 묶어 산책을 시켜도 풀이 난 곳을 지나오면 작은 진드 기들이 바글바글 발을 기어오르고, 더 큰 진드기들은 나뭇가지에서 기다리다가 뛰어내려 무량이의 머리나 몸에 바로 자리를 잡습니다.

도각사 근처에는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빈번히 다니는데, 그런 길에는 진드기가 더 많습니다. 야생동물들이 수많은 진드기로 인해 살아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한테는 한 마리만 붙어도 가려움을 참기 힘든데 무량이는 수십 마리가 붙어도 덤덤하게 잘 참아냅니다.

이렇게 참을성 많은 무량이가 최근에 상대해보지 못했던 강적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귀를 긁기 시작하더니 다리, 겨드랑이, 배까지 점점 더 넓은 면적을 하루 종일 긁어서 바닥에 피가 흐를 정 도였습니다. 처음 귀를 긁을 때만해도 4월 말 출산한 강아지들이 장난치느라고 물어서 난 상처가 덧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약을 발라줘도 낫지 않고 점점 심해졌기 때문에 스님들께서 무량이를 상주에 있는 동물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고 약을 타오셨습니다. 귀에 감염이 되었다며 약을 처방해주었는 데 항생제와 가려움증 약이라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약은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덜 긁는 듯 했지만 긁는 부위가 점점 넓어졌고 무량이는 약 기운으로 멍해졌습니다. 가려운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무량이는 우울증까지 왔습니다. 우연히 무량이가 처방받아온 약을 보게 되었는데 병원에서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과 같은 약이어서 무슨 성분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감염되었을 세균을 치료하는 항생제와 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항히스타민제, 염증과 가려움을 없애는 스테로이드 제제였습니다. 증상에 맞는 약 같지만 이런 경우에 스테로이드를 처방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스테로이드 제제가 가려움증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만약 세균 감염이 있다면 스테로이드가 면역성을 떨어뜨려 감염을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장기 복용하면 몸의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에 무척 신중 하게 사용해야 하는 약입니다. 스테로이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에요

이 스테로이드라는 약은 얼마 전까지도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각광을 받았습니다. 스테로이드는 우리 몸의 콩팥(신장) 위에 있는 부신이라는 부위에서 만들어져 분비되기 때문에 부신피질 호르몬이라고도 불립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스테로이드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스테로이드는 우리가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스테로이드는 세계 2차대전 중에 미국에서 처음 합성에 성공했습니다.

독일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높은 고도에서도 잘 견디는 것을 보고 비밀이 무엇일까 조사 하던 중에 독일에서 당시 목축국가이던 아르헨티나 등에서 소의 부신을 전량 수입해 간다는 것을 알게 된 미국 정부가 연구를 지원해 스테로이드의 합성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후 수십 년간 스테로이드는 가장 각광 받는 약으로 널리 사용되었으나, 그 후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사용범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부신이라고 불리는 콩팥 위에 붙은 장기에서 분비되는데, 스테로이드가 분비되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에 돌입해 스트레스에 대응하느라고 염증이나 가려움증은 억눌러버립니다.

염증이 사라지면 마치 병이 다 나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실제로 두드러기 같은 일시적인 증상에는 스테로이드가 아주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관절염과 척추질환 등의 만성질환이나, 세균감염 같이 실제로 치료해야할 원인이 있는 질환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순간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듯해도 실제로는 병이 더 악화되어 치료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일시적인 호전에 현혹되어 스테로이드를 남용한 많은 사람들이 질병이 악화되어 더욱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이 많이 알려졌지만 지금도 의약분업 예외 지역인 시골의 약국에서는 스테로이드를 만병통치약처럼 파는 곳이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해 몸을 계속 비상사태로 만들면 나중에는 몸이 견딜 수 없게 되고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뼈가 잘 부러지고, 피부는 얇아져 쉽게 찢어지고,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위장 벽은 얇아져 쉽게 구멍이 납니다. 뿐만 아니라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던 스테로이드의 생산이 중단되기 때문에 의존성까지 생기게 됩니다.

통증은 더 좋아지기 위한 자연치유 과정
스테로이드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염증이라는 현상을 무조건 억누르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을 겪게 됩니다. 서양의학은 대증(對症) 요법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이런 함정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대증요법이란 나타난 증상을 치료한다는 말인데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고 염증이 있으면 소염제를 쓰고 아프면 진통제를 쓰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열, 염증, 통증을 치료해야겠지만 단지 증상에만 매달려 치료하다 보면 문제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증상 자체는 병이라기보다 몸에서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작용하는 과정 중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꼭 병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몸에 열이 나는 것은 체온을 올려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효과적으로 싸우기 위해서고,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것은 혈액을 약한 부위에 더 많이 동원해서 그 부위를 강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통증 또한 몸의 잘못된 부분을 신호해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이렇게 이유 있는 증상들을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판단해 억누르려 하다보면 올바른 치료를 할 수 없게 되고, 잘못된 치료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이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연세안심프롤로의원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약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지혈증약인 '스타틴'과 골다공증약인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의 약입니다.

하루 한 번 고혈압 약이나 당뇨병 약과 함께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씩 골다공증 약을 복용한다면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을 복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루에 한 번 복용하는 고지혈증 약인 '스타틴'은 전 세계 처방약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할 만큼 많이 처방되는 약입니다. 스타틴은 몸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과정을 막아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콜레스테롤은 몸의 세포막을 만드는 고체 형태의 기름 성분입니다. 30%정도는 음식을 통해서 흡수되지만 나머지는 간에서 합성됩니다.

콜레스테롤, 저를 미워하지 마세요

콜레스테롤은 몸에서 비타민D와 성호르몬, 소화에 필요한 담즙산을 만드는 원료가 됩니다. 인체가 콜레스테롤을 많이 만드는 것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심근경색 등 심장의 관상동맥 질환이 있다면 스타틴을 복용해서 콜레스테롤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급한 불을 꺼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심장질환이 없는 사람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스타틴을 복용하는 것은 유익한 일이 아닙니다. 콜레스테롤 자체가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지로 막으면 심한 경우 근육이 녹아 움직이지 못하는 부작용까지 나타납니다.

이런 드문 부작용 외에도 스타틴을 복용하는 모든 사람이 스타틴의 복용량에 비례해서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스타틴이 콜레스테롤 뿐 아니라 '코-큐텐'과 '엘-카르니틴'이라는 중요한 물질의 합성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심장에 중요한 두 가지 물질의 합성을 막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져도 심장병은 좋아지지 않습니다.

'코-큐텐'은 심장을 비롯한 우리 몸 전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하루 10만 번 이상 박동하며 끊임없이 일해야 하는 심장에는 코큐텐이 가장 높은 농도로 존재하며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코큐텐의 합성이 줄어들어 활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스타틴까지 복용해 코큐텐의 양을 감소시키면 심장에 심각한 영양을 주게 됩니다. 또한 코큐텐은 중요한 항산화 물질로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방지합니다.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콜레스테롤은 산화된 콜레스테롤인데 코큐텐이 충분하면 콜레스테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심장의 건강을 위해서는 스타틴 보다 코큐텐을 복용하는 것이 훨씬 유익한 일입니다. 스타틴을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코큐텐을 한 번에 100mg씩 하루 두 번 이상 복용해야 합니다.

심장이 좋아하는 코큐텐과 엘카르니틴

'엘-카르니틴'은 몸이 지방을 태우는 데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심장은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엘-카르니틴'이 부족하면 심장은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또 엘-카르니틴은 심혈관과 심장근육의 손상을 방지해 줍니다.

울혈성 심부전환자에게 '코큐텐'과 '엘 카르니틴'을 충분히 보충해주면 환자의 상태가 훨씬 좋아집니다. 그런데 오히려 '코큐텐'과 '엘 카르니틴'을 감소시키는 '스타틴'을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사용하니 과학이라는 탈을 쓴 미신이고 모순입니다.

뼈에는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가 있습니다. 조골세포는 건축업자이고 파골세포는 철거업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집을 짓듯이 파골세포가 오래된 뼈를 치우면 조골세포가 새로운 뼈를 만듭니다.

효과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다

골다공증약인 '비스포스포네이트'는 그중에서 파골세포를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약입니다.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 복용하는 골다공증약은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입니다. 오래된 뼈를 부수지 않고 새로운 뼈를 만들면 뼈의 밀도가 증가합니다.

하지만 뼈가 튼튼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닙니다. 오래된 건물을 부수지 않고 집을 지으면 건물의 밀도는 증가하지만 건물은 쓸모 없어집니다. 몸이라는 건축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된 뼈를 놔둔 채로 새롭게 만들면 밀도는 높아도 적응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치아 임플란트를 하는 치과의사 중에는 골다공증약인 '비스포스포네이트'를 복용하는 사람에게 시술하지 않는 의사가 많습니다. 턱뼈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드물게는 비스포스네이트 재재를 골다공증 때문에 먹고 턱뼈가 주저앉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위험성에 비해서 이익이 크기 때문에 골다공증약인 '비스포스포네이트'를 계속 처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가 많습니다. 골다공증약을 만드는 제약회사에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골다공증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D' 부족과 '마그네슘' 부족은 방치한 채로 이치에 맞지 않고 위험한 부작용도 있으면서 유용성도 떨어지는 비싼 약을 처방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병의 증상이라 해도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증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살펴보고 그 이유를 이해할 때 더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무량이는 어떻게 되었나요?

다행히 무량이는 다른 동물병원에 가서 옴 진드기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에 성공했습니다. 옴 진드기는 피부 밑에 굴을 파고 들어가 살면서 알을 낳는 지독한 녀석입니다. 재수 옴 붙었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합니다.
몇 달 동안 괴롭힌 옴 진드기를 통해 무량이가 몸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져 수행 정진하기를 바래봅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금적스님

연세대 의학과 졸업

이각스님을 은사로 출가

現 연세안심프롤로의원 원장

現 사단법인 보리수 이사

現 도각사 호법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