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슈칼럼-이광자] 성폭력 피해자에 좀 더 친절한 나라가 되길
내 앞에 그녀가 숨죽여 눈물 흘린다
2019-06-11 20:00:40
이광자

[내외경제=이광자 기자] [내외경제TV 칼럼] 마음이 아프다.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좋은 학교를 나오고 자랑스러운 멋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녀는 직장에서의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직장 상사의 끊임없는 성희롱으로 그녀의 마음은 자긍심도 자존감도 상처투성이가 돼버렸다고 한다.

직장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오히려 '이상한 애가 들어와서 분위기 망쳤다. 뭐가 문제가 있었겠지'하며 피해자에게 손가락질하는 분위기가 돼 버렸다.

또 다른 그녀는 능력 있는 PD를 꿈꾸며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다. 회식 날 그녀의 사수가 술에 취한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던 그 일을 겪기 전까지는 잠 못 자고 남들 놀 때 놀지 못해도 행복했다. 꿈에 한 발짝씩 가고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야무지고 똑 부러지게 자기 일 잘한다는 평을 들었던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없었다. 밤에 불을 끄고 잘 수 없고, 맘대로 밥을 삼킬 수도 잠을 잘 수도 없다. '내가 더 이상 살아야 되나?'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끔찍한 나날을 겨우 숨만 쉬고 살고 있다.

동료들도 더 이상 어제의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 마치 이상한 사람 보는 것처럼 그녀가 들어가면 다들 쉬쉬하며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흩어진다.

외국인 직장에 다니는 또 다른 그녀는 인사관리 팀에서 여러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려 노력했었다. 나름 보람도 있고 직장 생활도 즐거웠었다. 대표가 아무 생각 없이 부하 직원을 성희롱하기 전까지는.

대표의 성희롱 사안에 대해 본사에 문제를 제기하자 본사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녀를 전담마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잘못한 대표는 버젓이 회사에 출근하고 여전히 농담하고 잘 지내는데 문제를 제기한 자신은 문제 사원으로 찍힌 듯 더 이상 동료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괜찮은지 물어봐주지도 그녀의 고통에 공감해주지도 않는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들을 위해 노력했던 지난날들이 덧없이 느껴지고 '그냥 넘어갈 걸' 하고 자신의 발등을 찍으며 후회하다 이내 또 '내가 뭐 잘못했는데 잘못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잖아'하고 화가 난다. 그녀는 매일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골리앗 같은 회사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내가 만난 성희롱 내담자들은 모두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개념 없고 뻔뻔하게 변하지 않고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갑질 상사 때문이다. 그녀들은 피해자임에도 오히려 문제아가 돼 보이지 않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은 모두 성범죄에 해당한다. 피해자들은 성피해를 당한 후에는 두려움과 불안, 죄의식, 부끄러움, 수치심, 분노, 우울과 무력감, 낮은 자아존중감 등 여러 가지 심리 사회적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

다양한 정서적 문제들은 성폭력 직후부터 발생해 신체적 증상이 완화되고, 사회적, 가족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남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성폭력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이라고 한다.

부디 성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기를 간곡하게 바란다. 이 모든 것들은 당신 잘못이 아니고 당신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성희롱문제로 법적 도움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증거 있어요?"라고 하면 힘이 풀린다. 은근한 눈빛, 말 한마디, 실수 인척 슬쩍 스치는 손길 등으로 희롱하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꽃뱀이니 먼저 꼬리를 쳤느니 하며 피해자를 깎아내리며 흙탕물 싸움을 하게 되는 지난한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말할 수 없는 수치감을 느끼나 가해자들은 대부분 "뭐 그런 일로 그러냐?"며 적반하장이다.

'양성평등기본법' 제 3조 제 2항에서 성희롱을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6)"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불응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한다.

동법에 의거해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매년 1회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하며, 성희롱관련 상담 및 고충처리를 위한 공식창구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절차를 제시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3년에 한번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희롱 실태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이미정 외, 2015).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의 보장을 통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구현을 목표로 2001년에 제정됐다7).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과 운영을 규정한 동법의 제정을 통해 2005년부터 성희롱 진정사건 처리업무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성희롱 예방 및 관리는 여성가족부에서 전담하게 됐다(신상숙 외, 2012).

동법 제 2조 3호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규정하면서 라목에서 양성평등기본법과 동일한 성희롱 정의8)를 사용했으며 이러한 요구에 불응한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였다.

성희롱 사건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되면 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중재, 권고, 피해자 구제뿐만 아니라 성희롱이 정도를 넘어 성범죄에 해당되면 형사처벌을 위해 검찰에 사건을 고발할 수도 있다.

근로여성의 지위와 복지향상을 위해 1987년에 제정되고 2016년에 일부 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 2조 2항9) 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을 위 두 법령과 동일하게 정의하고,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사업주는 성희롱을 예방하고 징계와 구제조치를 할 것을 의무화했다.

사업주가 이를 위반하고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피해자는 사업주를 고소·고발할 수 있다. 또한 피해자는 민법 제 750조에 근거하여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류은숙 외, 2016).

이와 같은 법적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눈물은 쉽게 마르지 않는다. 성희롱 피해자들은 조사과정에서도 내가 문제 사원이 아니라 그가 한 말이, 그가 한 행동이 문제라고 증명해내야 하기 때문에 이차 삼차 피해를 입게 된다.

서지현 검사의 성희롱 피해 발언 이후 검찰 내에서는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인 위주의 조사위원회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조사단은 이번 결정에 대해 "검찰의 '셀프조사' 의혹을 불식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민간 외부인사를 중심으로 5인 이상·15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될 예정이고, "조사단의 조사진행 및 내용에 대해 중간보고를 받고 조사내용에 대해 심의하며 조사방향 및 범위, 추가조사 등을 권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사위원회는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과 양성이 평등하게 근무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 방안에 대해서도 검찰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조금씩 공정하고 성숙한 선진 국가가 돼가고 있다고 믿어 보면서 이런 과정들을 통해 우리나라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좀 더 친절한 나라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요즘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를 입고 서빙 하는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얼마나 진상 고객들 때문에 힘들었을까 안쓰럽기도 하고 그들의 위트에 웃음도 나온다.

그래 우리 모두 다들 귀한 자식이었다. 우리 모두 그것을 잊지 말자! 내 앞에 그녀가 더 이상 아픈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힘내요 그대, 그대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우리 모두 함께 웃을 그날이 속히 오기를 그래서 우리 딸들이 숨죽여 눈물 흘리지 않기를 우리나라가 더 건강해지고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광자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 2급

기업상담전문가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사

독서심리상담 전문가

EAP전문상담사

재난심리상담전문가

자살예방전문강사

서울벤처대 사회복지상담학 박사과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