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100년지 대계' 다시 짜야

[서울=내외경제TV 데스크 칼럼] 민경미 기자 = '교육은 100년지 대계'라는 말이 있다. 산에 나무를 심으려면 10년을 계획하고, 인재를 양성하려면 100년을 계획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육정책에 대해 갈지자 행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경미 기자

요즘 교육부 때문에 학부모들의 골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현장의 반발에 부딪혀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16일 발표했다.

서울 소재 유치원에서 영어 교육을 맡고 있는 A강사는 "이번 일은 현재 교육현장의 실태를 잘 모르는 교육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며 "아이들이 영어 공부를 할 때 학습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놀이를 통해 언어를 배우고 있다. 만일 영어교육을 폐지한다고 하면 또 다른 사교육의 버블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엄마들 입장에선 저렴하게 배울 수 있는 유치원 영어수업을 사교육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면서 "공교육이 바로 서지 않는 한 사교육의 거품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만 영어를 금지한다고 영어 공부를 안 시킬 부모가 있겠는가 되짚어 봐야한다. 대입에서 영어 시험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고, 취직할 때 영어 점수를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공교육만 믿고 내 자녀를 방치할 부모가 있을까.

기자가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그 나라 사람 대부분이 영어를 못한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영어를 못해도 관광국가로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80% 이상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며 숱한 시간을 쏟아 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울렁증을 지닌 사람이 많다. 학창시절, 그 귀중한 시간을 영어 때문에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유치원에서 아무리 영어식 사고방식으로 가르친다 하더라도 초등학교 중학년만 되도 죽어있는 '문법'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게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현실이다. 영어는 '말'이다. 의사소통을 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대입과 취업 등의 획일적인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모 은행에 다니고 있는 C씨가 몇 년 전 했던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대학교 다닐 때까지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는데 정작 은행에서 쓰는 영어는 온라인(on-line)이 전부라고...

교육부는 "유아 등의 발달단계를 고려해 조기 영어교육 폐해를 개선하고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유아 및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문화를 조성한다는 원칙을 지켜가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는 이 말처럼 학생이 중심이 되는 '흔들리지 않는 100년지 대계'를 짜야할 것이다. 유치원뿐만 아니라 대학입시까지 제대로 손봐서 정권이 바뀌어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그래서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그런 교육정책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nwbiz1@nbnnews.co.kr

저작권자 © 내외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