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제칼럼] 밭떼기 거래는 '선도거래'의 하나다
2017-11-21 05:45:13
이수정 기자

[내외경제TV 칼럼] 3040세대들의 귀농 발걸음이 늘고 있는 요즘, 도시의 직장과 두둑한 연봉을 내던지고 시골에 터를 잡은 이들에게 귀농 생활이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정착까지 들어가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인 농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지원센터를 통해 어렵사리 농사를 시작한다 해도 재해, 질병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잘된다 해도 좋은 가격에 농작물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귀농인이 빚더미에 앉게 되는 소식을 종종 접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하늘에 제를 올리며, 매일 매일을 소같이 일하던 농사꾼의 시대는 갔다. 더욱 스마트해져야만 살아남는 생존의 시대인 것이다.

농사꾼에게 재해에 대한 대비 및 질병관리가 필수인 것처럼, 재배중인 작물의 가격변동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풍년이 들어 작물의 가격이 떨어지면, 일꾼을 써 수확하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인 때가 있다. 풍년이면 마땅히 웃어야만 하는 농사꾼에겐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전통적으로 농사꾼은 밭떼기 거래를 통하여 위와 같은 위험에 대비해왔다. 미래의 수확시점에 작물의 가격 하락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밭에서 수확되어질 작물을 현재의 만족스러운 가격에 거래하는 것이 밭떼기 거래인 것이다.

밭떼기 거래는 선도거래의 하나다. 생소하게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선도거래는 우리가 거래하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생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구체적 사례로 "현재 A씨가 운영하고 있는 동파이프 제조회사가 매년 동 10t을 소비한다. 내년에도 그 만큼의 동이 필요한데 동 가격은 해마다 변동 폭이 크다. 가격이 내려가면 다행이지만 오르면 문제다. 그래서 A씨는 오늘 강원도 태백의 한 동 광산업체와 동 10t을 내년 11월에 넘겨받기로 약속하고 양쪽이 타협한 적정가에 거래하기로 미리 계약하고 왔다"를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나의 소비량을 알고 미리 그만큼 내년 소비량을 서로 좋은 조건에 계약해 놓는 것이 선도거래다. 이 경우 둘 모두 내년 11월에 가서 동 가격의 시세 변동에 따라 손해를 볼 수 있는 위험에서 벗어난다. 단 이 계약이 조건대로 이행이 된다면 말이다. 선도거래는 이해 당사자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대로 이행되는 일이 적다. A씨와 동 광산업체 중 누군가 계약을 실제로 이행하지 않는 사례다. 위와 같은 계약이 없었다면, 또는 계약이 불이행된다면 둘 중 누군가는 심할 경우 막대한 피해의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선도거래가 활성화 되어야하고, 선도거래의 고질적 문제인 계약 불이행 위험의 해결 방안이 시급한 이유가 이것이다.

현대사회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격변동 대비 및 안전성 확보를 시급히 요구한다. 기후나 사회적 문제 등 예상하지 못한 원인이 보유중인 자산의 가격변동에 영향을 주는 시대로 급속히 변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도거래를 필요로 하는 실질 거래주체는 농업, 어업, 광업, 유통업 종사자 등 실제 보유자산의 가격변동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일 것이다. 선도거래는 위 사례와 같은 가격변동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이다.

풍년이 들어 울게 되는 농민과, 흉년이 들어 울게 되는 고추유통업자가 사전에 적정한 가격에 양수도하는 선계약이 바로 선도거래인 것이다. 보유자산의 가격변동 위험이 큰 시대에 선도거래가 실익을 지닐 수 있어야만 농민과 유통업자가 맺은 선도계약이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안전한 선도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 온 바네사에이치는 표준계약서 및 에스크로 활용, 공신력 있는 시장의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원희(선물거래상담사)

현, (주)바네사에이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