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에서 본 2015년 한국과 일본을 잇는 사람들

▲그룹 인피니트 카피댄스그룹 인스피릿 멤버들이 연습하고 있다(사진=최윤정 특파원)

[도쿄=내외경제TV] 최윤정 기자 =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날을 하루 앞둔 6월 21일.

K-POP(케이팝) 스타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카피댄스 동호회 '인스피릿(INSPIrit)'의 연습현장을 방문했다.

앞서 이 연재의 제9회 주인공이었던 '한류 팬' 간호사 히비 유리카씨.

그녀가 소개한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K-POP(케이팝) 주인공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카피댄스 동호회 '인스피릿(INSPIrit)',

그 연습현장을 방문했다.

연재를 시작한지 10회가 지나는 동안 10-20대와의 만남은 처음인지라 그들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무척 설레는 발걸음이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동경이라는 장소에서 케이팝 그룹을 매개로 서로의 관계를 다져나가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카피댄스 동호회 '인스피릿(INSPIrit)'의 멤버 5명의 인터뷰 (질문에 대한 대답은 5명의 대답을 문맥이 통하도록 재편집했다.)

- 카피댄스 그룹 '인스피릿'에 대해서 소개를 해 주세요.

팀 이름은 '인스피릿', 팬클럽 이름이랑 비슷해서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도 다 인피니트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팬들입니다. 처음에는 인피니트 멤버 수에 맞춰서 7명으로 시작했는데, 취업준비와 유학준비로 활동을 쉬고 있는 멤버가 있어서 지금은 5명이 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 팀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트위터라던지 SNS로 교류하다가 우연히 알게 됬어요. 물론 다들 팬클럽 회원이기때문에 팬클럽에도 참여하면서 별도로 주 1회 정기적으로 만나서 댄스연습을 합니다. 여름이 되면 케이팝 카피댄스와 관련된 이벤트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지금 열심히 연습중입니다.


-팀원들에 대해서 좀 더 소개해 주세요.

막내가 19살부터 제일 맏언니는 28살, 전부 여성입니다. 학생도 있고 사회인도 있구요. 그 중 두명은 이전부터 댄스를 했었던 경험자입니다. 각각 동우,호야,성규,성종,성열 등 한명이 멤버 한명씩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팀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인피니트를 좋아가게 된 계기는 뭔가요?

일본에서도 유명한 인피니트의 전갈춤 BTD가 계기가 된 친구도 있고, 멤버가 출연한 일본드라마를 보고 팬이 된 친구, 우연히 케이블티비의 한국음악방송을 보다가, 또는 엄마가 케이팝 보이즈그룹의 팬이고 본인은 걸그룹 팬이었다가 도쿄걸즈콜렉션에 출연한 인피니트를 실제로 보고 팬이 된 경우 등 제각각입니다. 저희들은 노래는 하지 않고 카피댄스를 메인으로 하기 때문에 안무연습동영상을 많이 보는데 무대에서는 멤버들이 노래와 춤을 배분하면서 퍼포먼스를 한다고 치면, 연습동영상은 전력으로 춤만 추니까 너무 멋졌고 그 모습에 더 팬이 됐어요.

- 각각 담당파트는 어떻게 정하나요.

예를들어 막내 멤버는 작년 12월에 5기생으로 합류했는데 그 당시 케이팝 걸그룹 카피댄스그룹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실루엣이나 동작등이 마음에 들어서 저희 팀으로 스카웃 한 케이스입니다.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멤버를 담당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 여성으로서 보이즈그룹 카피댄스를 하는데 있어서 어려운점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동우와 우현 담당 멤버는 평상시에도 얼핏보면 남자애처럼 보여요.

이벤트할때는 남장을 하다보니 남장한 채로 여자 화장실에 가면 다들 깜짝 놀라기도 하구요. 저희가 아무래도 멤버를 따라하다 보니 각 멤버들의 팬분들이 저희들을 또 응원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의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카피유닛이기때문에 얼마나 그 멤버를 완벽하게 재현하는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역시 남자와 여자는 체격조건도 다르다보니 그 차이를 어떻게 매울까 항상 연구하죠. 그래서 평소에도 되도록 근육을 키우도록 운동을 한다던지…이벤트 할 때는 가발을 쓰고 최대한 비슷해 보이도록 메이크업을 하고 때로는 염색을 하기도 합니다.

- 팀 활동의 목표가 얼마나 닮았느냐를 추구한다고 이해하면 되는가요.

지금의 멤버 중 두명은 원래 댄스를 했기 때문에 자기만의 특색이 있어요. 지금까지 다져져 온 본인의 특색이 있는거죠. 하지만 팀의 목표는 얼마나 오리지널에 가깝게 '카피'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기존의 자기의 특성을 잠시 접고 '카피'를 몸에 입혀야 하는데 댄스 경험자에게는 그 작업이 매우 어렵습니다.

오히려 댄스경험이 없는 친구들은 처음부터 멤버를 보고 따라하기때문에 더 빨리 습득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보이즈그룹의 춤이다 보니 여자들이 따라하기엔 체력적으로나 표현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K-POP Copy Dance Event출연당시모습(사진제공=인스피릿)

- '카피'댄스 팀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저희들은 물론 댄스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근본적으로 인피니트라는 팀의 팬이고 각각 멤버들을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다가 '카피'라는 수단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멤버들 본인이 좋아하는 행동을 잘 표현했다고 스스로 생각이 들때나, 팬분들이 닮았다고 인정해 줄 때 정말 기쁘죠. 저희들도 성별이 다른 보이즈그룹의 댄스를 과연 우리가 얼마만큼 카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크니까 극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댄스 이전에 팬이라는 정체성이 더 크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까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댄스만이 아니라 멤버들의 작은 동작 하나하나도 자세히 연구하고 분석합니다. 같은 춤동작이라도 각 멤버간의 독특한 표현과 차이가 있어요. 숨소리가 들어가는 부분, 마이크를 올리고 내리는 부분, 어떤 멤버가 꼭 하는 행동들이 있는데 그런것들을 연구해서 특성을 파악하고 따라하려고 노력하죠. 그런 섬세한 것까지 다 보고 연구합니다. 결국 좋아하니까 보고 연구하게 되는거죠.

- 최근 연습한 내용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최근엔 인피니트 멤버 성규의 2번째 솔로곡을 연습했습니다. 얼마전에 한국에서 1위를 했죠. 지금은 취업준비랑 유학준비로 쉬고 있는 팀원들이 있기 때문에 다 같이 연습할 수가 없어서 솔로곡을 선택해서 성규와 백댄서의 안무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보통 출연하는 이벤트가 정해지면 그 이벤트를 위해서 곡을 선정하고 2개월에 한곡을 완성하는 스케쥴을 짭니다. 완성도를 높이는 연습만 한달정도 걸려요. 이 곡을 연습한건 오늘이 오늘이 두번째구요. 지금까지는 항상 목요일에 했었는데 올해들어 다들 개인적으로 바빠져서 일요일에 주로 연습하고, 가끔 심야에 연습실을 빌려서 밤새 연습하기도 합니다.

- 케이팝 카피댄스 팀들이 많이 있나요.

인피니트 카피댄스팀만도 저희와 교류하는 팀들이 대여섯팀 정도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인피니트를 카피하는 팀들끼리만 모여서 이벤트도 열었어요. 서로 어떤 곡을 출까 정해서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교류하기도 하죠. 대부분이 각자의 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취미로 활동하고 이벤트도 자발적으로 주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매주 만나서 연습한다는 건 취미를 넘어선 관계로 보이는데 팀원들은 각자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다들 길게는 3년정도…막내가 12월에 들어왔으니 반년정도 지났는데 아무래도 매주 만나서 연습하다보니 아주 오래된 친구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들 형제자매가 있지만 저희 팀도 다들 친언니 친동생같은 사이라고 할 수 있죠.

- 왜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카피댄스를 하나요.

먼저 인피니트를 정말 좋아하니까…그리고 그 마음을 춤으로 표현하고 싶은것 뿐입니다. 저희들의 소중한 취미생활중의 하나에요. 일로서 하는것은 아닙니다. 다들 팬이다보니 콘서트에도 같이 가고 그래요. 저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피니트'와 '댄스'라는 부분을 같이 공유하는 팀메이트이자 그런 저희들의 관계가 소중하기 때문에 3년이란 시간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서로 만날 일이 없었을 사람들이 인피니트라는 그룹을 통해서 만나게 됬다는 점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지고 좋아하는 게 같아서 그런지 만나면 마음도 편해져요.

한편 일과는 분리된 취미생활이다보니 서로 연령차가 있는데도 이렇게 만나서 같이 수다도 떨고 연습하다 보면 재충전이 되는 느낌입니다. 매주 보는데도 한 주 연습을 쉬거나 하면 웬지 서운하고 보고 싶고 그래요.

정말 좋아하는 공통의 화제를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지만 각각 개인적인 생활들은 전혀 다르니까 좋은 사회공부도 되죠. 학생도 있고 직장인도 있으니 서로 다른 위치에서 교류하면서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는 반면 같은 공통의 화제가 있으니까 항상 같이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 팀원들 다들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슈퍼주니어나 동방신기처럼 아주 많은 팬들이 있는 그룹이 아니라는 점도 저희의 결속력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 케이팝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올해 한일국교 50주년과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시는요.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서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개인대 개인으로 인식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 가면 항상 만나는 한국친구가 있어요. 40대 여자분이신데 한국에 가면 항상 재워주시고 서로 언어교환도 하고 의견교환도 하고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대일로 친해지다보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친해질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중학교때 친한 친구가 한국인이었고 지금도 직장에 한국인 후배가 있거나 고향에 항상 초대해주는 한국인부부가 있다던지…의외로 가까운 곳에 한국 친구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한국인과 일본인이라고 서로 적대시하는 일은 없어요. 맛있는 으식을 같이 먹고 좋은 음악을 같이 듣고, 일본인들끼리도 뭔가 통하는게 있으면 금방 사이가 좋아지는 것처럼 국가와 국가라는 틀을 떠나 떠나서 케이팝, 맛있는 음식 그런 가까운 부분에서부터 우리세대들이 조금씩 사이가 좋아지면 점점 국가의 관계도 좋아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케이팝뿐만 아니라 한국음식은 몸에 좋은 음식이 많기 때문에 문화적인 면에서도 한국음식이 국경을 떠나서 서로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문제라던지 과거를 잊지 않는것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알아가는것도 중요하겠죠. 앞으로도 문화를 통해서 서로 교류하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고 작은 일이라도 계기가 있으면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한발짝씩 서로 다가가면 역사문제나 여러문제들이 조금씩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저희는 취미이기는 하지만 진심으로 열심히 케이팝의 카피유닛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한국의 팬들도 저희의 활동을 보시고 한국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댄스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고 교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저희 팀 활동을 열심히 해 갈 생각입니다. 댄스를 통해서 더 많은 일본인,한국인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연습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활동을 앞으로도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日 도쿄 특파원=최윤정 기자 (chois615@nb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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